여행기에요

도선사 풍경

유 진 정 2019. 11. 13. 16:55

북한산 등반하려다 늦잠자서 걍 도선사까지만 올라갔다옴 

입구에 국화빵 파는데가 있는데 여기 국화빵 몇 년 전에 사먹고 맛있어서 깜짝 놀란 기억이 있어 오면서 사먹어야지 하다 현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음

 

도착지점까지 시멘트길 깔려있어서 등반느낌은 안나지만 꽤나 가파름 땀 뻘뻘

단풍은 75%정도 진행된듯

 

도착 후 우편에 가로폭이 넓고 길이도 꽤 긴 계단 발견

 

그 앞에서 어떤 팔자 쎄게 생긴 할머니가 앞에 가는 아줌마에게 나 이것 좀 도와달라며 들고있던 꾸러미 두개 중 하나를 맡김

아줌마와 할머니는 각자 꾸러미 하나씩을 들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

 

할머니는 일단 계단 한 칸 오르고 그 위에서 서서 꾸러미를 끌어올리고 또 한 칸 오르고 또 꾸러미를 끌어올리는 식으로 열심히, 하지만 개천천히 올라감

잠깐 보다 복장이 터져서 달라고 함. 별로 안 무거웠는데 늙으면 이래저래 고생인듯  

 

계단을 한 층 올라가니 우편에 대형 아궁이?가 있었음

할머니에게 이거 뭐냐고 하니 응 옷, 옷 이라는 대답이 돌아옴 

아궁이 앞에 내려놓으라길래 가서 내려놓으니 아이고 우리새끼들 고맙다 라는 대답이 돌아옴

 

돌아가면서 아줌마에게 여기 옷 태우는 데에요? 물어보니 아니 원래 책같은거 태우는 곳인데 할머니 아들이 술먹다 죽어서 옷 태우러 오셨데요. 라는 대답이 돌아옴

 

그대로 계단을 한 층 더 오르니 뭔 비석? 같은게 크게 서있고 거기엔 이디야 회장 누구누구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음

그쪽에 서서 할머니를 내려다보니 옷을 집어넣고 불을 붙이고 있었음

 

또 한 층 더 올라가니 뭔 대선사? 라는 위압적인 모습의 중의 석상이 거대하게 세워져 있었음 

 

또 한층 더 올라가니 빼곡히 작은 불상을 세워놓은 은밀한 느낌의 공간이 나왔는데 작은 불상엔 모두 이름이 세겨져 있었고 그 중 하나에 구남친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서 설마 죽은건가?! 잠시 생각함. 나중에 톡보내서 확인해야지 하고 불상 찍어옴 (특이한 이름) 

 

가져온 김밥을 까먹으려다 도저히 각이 안나와서 도로 내려감 

 

내려가며 보니 아궁이는 검은 연기를 마구 내뿜고 있었고 할머니는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음

금연구역이었지만 그 풍경을 보고있자니 중요한게 몬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리지는 않았음

 

연기가 너무 시꺼매서 20미터쯤 떨어져서 지켜보고있는데 지나가던 모녀가 어머 저게 뭐야? 뭘 태우는거야? 하길래 

할머니 아들이 죽어서 옷태우러 오셨데요 라고 아까 아줌마처럼 대답함

 

할머니 아들의 생의 흔적은 그렇게 미세먼지가 되어 사라졌고 아궁이엔 그을음이 보태졌음

 

본관 입구가 공사중이라 엘레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니 뷰가 괜찮았음 국민은행 ATM가 있길래 돈을 뽑음

이제 국화빵을 사먹을 수 있음 부처님 땡큐

 

금박입힌 불상이 즐비한 도선사는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절 뒤편에 재밌게 생긴 석상들이 많았음

 

절 나서면서 쾌남 발견 말은 못검

 

업힐 훈련하는 자전거 커플 발견 정말 대단해보였음  

 

하산중에 해가 짐

 

국화빵 장사 아직하나 두근두근하면서 가봤는데 아직 함

 

한손으로 핸들잡고 한손으론 국화빵 먹으면서 자전거 운전하다가 전에 운전하면서 나초 처먹던 여자한테 치인 기억나서 자전거 세우고 나머지 먹고 집으로 향함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