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29

아니 시는 진짜

yes 요즘 꽂힌 것은 시임 시집도 읽고 있음읽다 보니까 드는 생각은 쓰는게 아니라 지 발로 걸어 나오는게 시인 거 같음고시생 마냥 틀고 앉는다고 시상이 떠오르지는 않을 거 같고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인간이 고도의 언어적 능력을 갈고 닦을 때 뷁하고 튀어 나오는 것이 시가 아닌가.. 시인들은 뇌는 좌반구 우반구 모두 혹사당하고 있다고 봄추천받은 박준 시집을 읽고 있는데 노란장판 감성 오지지만 헉 소리 나게 잘 써서 역시 시대가 인간을 만든다.. 중얼거면서 작가 얼굴 보려고 검색을 해봤더니 미친 왜 83년생인건데 아무튼 블로글들이랑은 다르게 시는 적어놓고 나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블로글도 나중에 보면 좀 그렇긴 하다)하지만 노출증은 나의 고질병이기에..

글/시 2025.05.06

아이들아

어른들이랑 사느라 수고가 많다. https://digthehole.com/158 애들학원에서 일할때 적어 놓은 건가봄 자료 정리 하다가 찾았다. 미국이 멸망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영어공부를 안했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망하면 한국도 망해요? 남자친구가 없으면요 중국, 외digthehole.com https://digthehole.tistory.com/1506 애들이 좋다철컹철컹아니 이 소리가 아니라애들이랑 있으면 늙은 인간들 상대할 때 이 인간 왜 이렇게 망가졌나 끝났네 하는 그 무서운 느낌을 받을 일이 없어서 좋음그리고 애들은 알아먹게만 말하면 말digthehole.com

글/시 2025.04.26

00님의 시

견해 바람이 없어도 낙엽은 떨어지고 죄가 없어도 사람은 죽는다세상에는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은 적이 없고안 일어 날 일이 일어난 적도 없다기적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지만살아가는 일도사라지는 일도기적이 아닌 것이 없다 그릇된 견해 한 시인을 좋아했다 그의 시를 좋아하다 보니 사람도 좋아하게 되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너는 누구에게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경구와도 같은 첫 구절을 읽고부터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세월이 흘렀다그가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고 남을 비방하며끝내 절필을 선언해 버렸다그 시인을 미워했다나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시인답지 않다고 사람을 미워했다그는 비방행위로 인하여 법의 처벌을 받았고'나는 법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 라고 시적인 표현으로 부당함을 표현했다..

글/시 2025.04.24

나쁜놈

내가 아는 인간 중 제일 나쁜 놈이 A였다. 범죄자였고 죄질이 상당히 불량했다. 생계형 범죄 그런 거 아님어느 날 A와 대화를 하는데 A가 여기 사람들 다 외강내유라고, 나쁜 놈인 척 하는데 사실 제일 여리고 착하잖아, 라는 말을 했다. 그 ' 여기 사람 '들에는 당연히 A 그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인간도 스스로는 착하다고 생각하는구나,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2차 충격파가 몰아쳤다. 그렇다면 나도 나쁜 놈일 수 있겠구나허구헌날 위선을 욕하고 아닌 척 하면서도 스스로를 선량한 인간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구나수년 후 A 모친의 인터뷰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자살시도를 수차례 했다는 내용이었는데A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었음으로 조금 놀..

글/시 2025.04.14

혼잣말

거실에 앉아서 생각을 했다. 혼잣말이 나왔다. 이왕 할 거 각잡고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앞에 사람이 앉아 있다고 상상하면서 길게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침대에 누워서 다시 영어로 되풀이했다. 건조하고 목적지향적이라 더 쌓기 좋은 블럭 같다고 느껴진다. 떠나보내고 싶기 때문에 말한다. 그러나 공중에 흩어진 말이 다시 나에게로 먼지처럼 들러붙는다.

글/시 2025.01.02

삶은 흔들리는 마을버스와도 같아서

붙잡을 게 없으면 쓰러지고 만다.지난 주말엔 결혼식을 그 전 주에는 장례식에 다녀왔다.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무거웠고 가족들의 표정은 침통했다. 결혼식장의 분위기는 들떠 있었고 신랑신부의 눈이 행복으로 반짝거렸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 부부가 아기를 둘 데려왔다. 각각 두살 반, 한살 쯤 되었던 거 같다. 큰 딸이 말을 너무 잘 하고 심지어 사회적인 제스처까지 보여주는 것이 놀라웠다. 별 이유도 없이 갑자기 껴안아 주길래 감동을 받았고 두 팔로 붙잡은 위치가 너무 낮은게 기분이 묘했다.  부부는 볼이 홀쭉해지고 눈빛이 깊어졌다. 한 살짜리의 얼굴을 앞으로 하고, 등을 자기 가슴에 대고 안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쭉 앞으로 빼서 뺨에 뽀뽀를 쪽쪽쪽 때려박은 순간이 있었는데 불시의 습..

글/시 2024.12.25

1호선 같은 인간극장이 없다

어제 1호선을 타고 좀 멀리 갔어노량진 쯤에서 보라색 방수 돗자리가 담긴 구루마를 끌고 7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노인이 등장했어UFC 선수들 처럼 등장과 동시에 방송이 나오더라고  ' 이동상인의 차량 판매 활동의 근절과.. 철도안전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안내음과 동시에 노인이' 다목적 방수 돗자리 찢어지지 않습니다! 파란색 보라색 두 가지 색 단돈 오천원에 모시겠습니다! '를 외쳤기 때문에 두 목소리의 경합이 이루어졌지노인은 셔츠를 빳빳하게 다려입었고 허리에는 디스크 복대를 차고 있었어  페이즐리 패턴 셔츠 주머니에 두둑하게 꽂힌 현금이 그의 짬바를 증명하는 듯 했지 영업은 연출이잖아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걸 누가 사 라고 나는 생각했고 그가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좌석 끝에서 끝까지 ..

글/시 2024.04.29

매지컬 데이

입춘은 애저녁에 지났지만 공식적인 봄의 시작은 어제였던 거 같다. 휴일도 아닌데 동네 사람들이 밖에 많이 나와 있었다. 나무가 많은 동네라 노랑 분홍 연두색 가루를 뿌려 놓은 거 같은 모습이고 구름이 낮은 흐린 날은 얇은 솜 이불을 덮은 듯 포근함마저 더해준다. 다양한 모습의 개들이 주인과 함께 산책 중이고 그 중 몇몇은 썩 잘 어울리는 옷까지 입고 있다. 허리를 조이는 남색 코트를 걸치고 있던 그레이 하운드에게 베스트 드레서 상을 주겠다. 옷발은 역시 말라야 산다. 하지만 벌거벗고 있는 통통한 갈색푸들도 정말 귀엽다. 굴곡이라곤 전혀 없는 평평한 등허리를 햄처럼 한 입 베어물고 싶어진다. 몇년 동안 외벽으로 감추어져 있던 거대한 건물이 준공의 위용을 뽐낸다. 흰 고래같은 건물에서 검은 얼굴의 인부들이 ..

글/시 2024.04.04

미니어처 매너티

난 당신이 좋았어 동네 하천을 산책하던 날 흔들리는 수초들을 보면서 당신은 여기에 미니어처 매너티가 떠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지 헤어지고 한참 뒤 뜬금없이 그날이 떠올랐어 왜 하필 미니어처였을까가 궁금해졌는데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하천의 깊이와 넒이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어 물론 내가 당신의 무의식까지 어떻게 알겠냐만은 나는 독선적인 편이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당신과 같이 먹고 자고 하는 날들도 좋았어아무리 무의미하게 하루를 죽여도 신이나서 직장에서 돌아오는 당신을 보면 그 하루는 사실 죽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지 뻥쳐서 미안해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애초부터 없었어. 경제적 상황 나이 그거 다 핑계야. 사실대로 말하면 차일까봐 생기면 낳겠지라는 둥 매정하지 않은 척 했어 당신..

글/시 2023.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