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요

무가무불가無可無不可

유 진 정 2021. 7. 31. 13:13

작년 겨울 wish 라는 해외 사이트를 통해 파자마를 한 벌 샀다.

하늘색 새틴 춘추용 파자마를 찾고있었는데 아무데도 안 팔길래 포기하려던 찰나

맞춤 광고가 뜨길래 냉큼 들어가서 구입함 (빅데이터만세) 

 

한달 후 배송을 받았는데 긴팔이었던 상세사진과 달리 여름용 반팔 파자마 세트가 도착했다. 

나는 여름엔 트렁크 외의 옷을 잘 안입고 살기 때문에 교환을 신청했다.

 

며칠 뒤 상담원으로부터 상품의 사진을 총 세 장, 가이드 라인에 따라 '자세히 찍어' 보내달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상품을 '자세히 찍어' 보내니 이번엔 패키지의 바코드와 주소가 나온 부분을 찍어서 다시 보내라는 답장이 왔다. 

다시 찍어 보내니 이번에는 두겹으로 강력하게 겹쳐 붙어있는 배송 스티커의 앞장을 손상없이 떼어내

뒷장의 사진을 찍어 보내라는 명령이 도착했다. 

 

그 쯤에서 깨달았다. 그들에게 교환을 해줄 의사는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을 

 

그러자 더 오기가 생겨나 기를 쓰고 스티커를 떼어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장사 양아치처럼 하네 씨발놈들 궁시렁거리며

다시 메일을 보내자 교환을 해줄 수 없으니 다시 뭔가를 해서 보내라(여기서 부턴 정확히 기억안남)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FUCK YOU 라고 답장하고 판매자 보드에 분노의 리뷰를 작성한 뒤 사이트 탈퇴했다.

파자마는 보면 빡치길래 옷장 한 구석에 처박아뒀다.

 

반전은 요새 이것만 입고 산다.

허리가 좀 타이트하길래 뜯고 고무줄 다시 넣었더니 상당히 편하다. 몸에 달라붙지 않아 샤워하고 탁 걸치면 기분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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