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요

예술학교수

유 진 정 2014. 4. 30. 01:50

짧게다닌학교 등록금은 드럽게 비싸게 받아처먹는 주제에 참 가르치는거 없네 맨날 생각했는데 

어중간한사립예대가 얼마나 거지같은곳인지 배운것만으로도 수확은 있었다고 생각하고 기억에 남는 사람들도 몇 있는데 그중에 한명이 예술학 교수. 

이사람에 대한 글은 몇번 썼다가 몇번을 지웠는데 이번엔 마무리가 지어지나 어디한번 봅시다


일단 외양은 배나오고 대머리가 벗겨진 후줄그레 중년아저씨. 옷은 그냥 집에 있는거 대충 주워입고 나오시는 모양.

셔츠 주머니엔 찌그러진 팔팔 담뱃갑. 불그죽죽한 안색에 잭니콜슨과 불독을 짬뽕시켜놓은 듯한 표정. 

서울대 미학과 출신. 

강의 첫날 우리를 앉혀놓고 당신들한테 한학기동안 가르쳐야 할것들 서울대가면 하루만에 다가르칠수있다 라는 폭탄발언으로 강의실안 모두의 원한을 삼ㅋ 

그다음에 무라카미 하루키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손들어 보라고 하고  애들이 쭈뼛쭈뼛 손을 들자 자, 그런책들은 불쏘시개로나 쓰면 정말 딱이지요. 눈한번도 안깜짝하고 발언함. 

난 그 시점에서 이 대머리 아저씨에게 완전히 매료되고 맘. 교수님도 나보고 열심인 학생이라며 칭찬을 자주하셨는데 술처먹느라 기말과제를 조지고 결석했더니 애들 앞에서 내가 오분만에 쓴 손발 폭발하는 시를 한문장 한문장 읽어 내려가며 인민재판을 하였다고 씨발ㅎㅎ 

하루는 질문받는다길래 야심차게 질문을 퍼부었는데 네 질문에는 네가 너무 많이 들어있다는 선문답같은 대답을 주어 아니 그럼 내질문에 내가 들어있어야지 그럼 뭐가 들어있어야한단말인가 만 열여덟살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음. 지금은 뭔소린지 알것같음..  

강의에는 매우 열정적이여서 오후다섯시에 끝나야할 수업을 일고여덟시쯤 끝내고는 했음. 

수업이 그렇게 길어질때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뻑뻑피워댔고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은 걱정하지 말고 나가라고 했지만 애들이 뒷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조롱과 비난을 퍼부에 대는 미친사람ㅎㅎㅎㅎ 

종강때는 고기를 사주었는데 고깃집에서 예의 그 뚱한 표정으로 앉아 혈압약으로 추정되는 알약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하나씩 삼키고 있던 모습이 왜인지 굉장히 기억에 남음

그 모든 성격적인 결함에도 불구하고 수업은 훌륭했음. 전공수업중 유일하게 등록금이 아깝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찌질이예대생들의 컴플렉스를 너무 자주 자극했던 결과인지 교수평가 졸라 박하게 받고 강의 없어졌다고 들은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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