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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원에서의 10일은 번개처럼 지나갔다

침묵하는 동안 한심한 농담부터 꽤 진지한 내용까지 여러가지 단상들이 쌓였는데 나는 끊임없이 뭔가를 머릿 속으로 적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필요한 버릇이지만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게 만드는 주원인이기도 하다. 글 쓰는 사람들 정신병 걸리는 이유도 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왔는데 (만화가들 황당한 사고로 잘 죽는 이유도) 동시에 작문은 미치지 않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블로그는 뇌 전용 클라우드이다. 여기에라도 좀 옮겨놓아야 내가 살지 아무튼 코스에 대해서는 정리해서 다시 적어야겠고, 어제오늘 있었던 일이나 기록해 봐야겠다. 12일만에 폰을 켜니 이00님 부친상 문자가 와있었다. 모르는 이름이었는데 위에 온 메시지들을 보니 3년전 중고거래를 했던 사람이다. 라는 나의 문자 아래로 라는, 오타 ..

2024.04.22

26년 간 방치된 아파트에서 하는 전시 - IMF서울

사진 출처: IMF서울 꽃잎과 미세먼지가 흩날리던 주말 기묘한 전시에 다녀왔다. 쌍문동의 한 아파트에서 열린 황웅태 작가의 SID전이다. - SID는 “Support Induced Discoloration”의 약어로 회화에 있어 지지체 속 불순물이 물감을 변색시키는 현상, 의학 용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돌연사” 등을 의미한다 -고 하는데 사실 전시 타이틀 뜻 보다 공간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음인스타 설명에 따르면 단지로 진입하는 길은 단정했다. 저 킹받는 연두색 메쉬펜스만 빼고저거 어딜가도 보이고 볼때마다 미칠 거 같음대체 뭔 생각으로 형광연두색인거냐고이렇게 된 이상 합리적 이유라도 존재했으면 좋겠는데 (e.g. 자동차가 들이받는 사고 방지를 위해 눈에 띄게 만들었다 등)지금..

리뷰 2024.04.08

연예인 학폭 뉴스 뜰 때마다 드는 생각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폭로가 비합리적인 행동은 아님 잊고 살고 싶어도 여기저기 자꾸 얼굴 나오고 볼 때마다 뒤질 거 같으니까 아ㅅㅂ못살겠네 하고 액션을 취하게 되는 것일텐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폭로 이후 피해자의 삶이다원한이라는, 일종의 악의에 기원한 행동이라 당장은 후련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찝찝함이 남을 수 있다고현재가 불행할 때 과거의 고통을 잊지 못하게 되는 경향도 있고 연약하던 시절 내게 고통을 준 인물을 좆되게 만드는 행위에 과연 치유의 효과가 있을 것인가 생각해 봤을 때 좀 애매함내가 막 광고주가 되어가지고 찾아온 연예인한테 내 구두를 핥으면 job을 주지 이러는 건 통쾌할 수도 있는데 포지셔닝을 철저한 희생자로 잡는 거라 내면에 미쳐지는 영향이 좀 다를 거 같음폭로 과정에서 피해자가 다시 ..

의식의 세계 2024.04.08

쥐구멍 셀렉션 : 올드스쿨 K 뮤직

소호대 - 야! 헐 라이브임 날 유혹하고 있지 롱 에서 귀를 의심함 마지막에 야 끝내! 로 노래 끝내버리는 것도 약빨았음 기타리스트 손흥민 닮음 크래쉬 -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카메라맨이 욕심 부려서 재밌어진 영상 가사도 관객도 너무 건강해서 아름답고 여자들만 찍은거 넘 웃긴데 락페 오는 남자들 못생겨서 이해됨 넘 멋있어서 크래쉬 SNS 찾아봤는데 찾기 ㅈㄴ힘들고 딱 하나 나오는 노빠꾸 틀딱st 페북 페이지! 피드에는 ㅋㅋㅋ 하,, 요즘은 이런 한남들 잘 없다 ㅈㄴ쾌남.. S.E.S. - LOVE 어릴땐 슈가 제일 노관심이었는데 슈 완전 미쳤는데? 표정 완전 탈한녀 이거는 유년기를 한국에서 보내지 않은 인간들한테서만..

리뷰 2024.04.05

매지컬 데이

입춘은 애저녁에 지났지만 공식적인 봄의 시작은 어제였던 거 같다. 휴일도 아닌데 동네 사람들이 밖에 많이 나와 있었다. 나무가 많은 동네라 노랑 분홍 연두색 가루를 뿌려 놓은 거 같은 모습이고 구름이 낮은 흐린 날은 얇은 솜 이불을 덮은 듯 포근함마저 더해준다. 다양한 모습의 개들이 주인과 함께 산책 중이고 그 중 몇몇은 썩 잘 어울리는 옷까지 입고 있다. 허리를 조이는 남색 코트를 걸치고 있던 그레이 하운드에게 베스트 드레서 상을 주겠다. 옷발은 역시 말라야 산다. 하지만 벌거벗고 있는 통통한 갈색푸들도 정말 귀엽다. 굴곡이라곤 전혀 없는 평평한 등허리를 햄처럼 한 입 베어물고 싶어진다. 몇년 동안 외벽으로 감추어져 있던 거대한 건물이 준공의 위용을 뽐낸다. 흰 고래같은 건물에서 검은 얼굴의 인부들이 ..

2024.04.04

봄은 광기의 계절

요즘 내 표정난 가벼운 경조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음진단은 필요에 의해 형식적으로 받았던 것이라 약은 안먹고 버림경조증이랑의 사이는 나쁘지 않음 별 일 없어도 대체로 잔잔하게 신나있으니까 개꿀이라고 생각함대우울 시대에 나 같은 인간도 좀 있어줘야 균형이 맞지물론 여기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던 시절엔 은밀하게 사고도 좀 치긴 했지만이제 무서운게 많아져가지고 조증 도지면 걍 믹서기 분해해서 세척하고 그런 거 함봄이랑 흐린 날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 봄에다 비까지 계속 와가지고 쭉 하이텐션임이럴 때면 생각과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계속해서 움직이며 충동적이 되는데그 결과  정수리에 빵구뚫림발단 : 잠자리에 들기 전 목 스트레칭기로 스트레칭을 함다 하고 도어스토퍼에 스트레칭기 밴드를 한 번 걸어 봤..

2024.03.29

귀여움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 첼로켜는 고슈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이 고전애니를 보게 된 계기는 우연했다 노을이 지던 저녁 모리오카 시내를 혼자 걷던 중 문호 미야자와 겐지의 동상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누가 동상의 품 안에 작은 인형을 넣어놓은 걸 봤음어쩐지 익숙한 이름이기도 해서 위키 검색을 해봤더니 이라는, 은하철도 999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열차 씬에 영감을 준 단편소설을 쓰셨다고 그의 소설 중엔 애니화가 된 도 있다길래 귀국 길에 찾아봤다가 깜짝 놀랐다 너무 잘 만들고 귀여워서! 같은 모리오카 시의 수퍼마켓에서 본 이 광고판이 떠올랐다. 불면과 신경증에 효과가 있다는 약의 광고인데 저 펠트인형 강아지의 디테일을 보시라 예민한 사람들(구매층)이 공감할 법한 미묘한 표정, 한색의 의복으로 표현한 가라앉은 감정선, 트위드 바지에 ..

리뷰 2024.03.27

난 요리가 싫어 - 간단 가리비탕

요리를 혐오함 할때마다 되게 distracted한 상태가 되고 약간 화나 있기 때문에 안 다치려면 빨리 끝내야 됨1000개의 레시피 켜놓고 귀찮은 과정 다 생략해서 결국 창조적이 되어버리는 것이 나의 밥상임블로그에 적는 레시피들은 가장 수고를 덜 들였는데 먹을 만한 것들이라 귀중함 이번엔 집에 썪기 직전 돌미나리가 있어서 제철 홍가리비탕을 끓여봤음 이마트에서 한 팩 5660원..   재료:홍가리비700g청양고추3개마늘5쪽 양파반개미나리 한 줌 (미나리는 무적권 녹색으로 아주 싱싱한 걸 사야됨 그래야 다듬는 수고를 줄일 수 있음) 과정: 쿠쿠에 밥 올림가리비를 큰 냄비에 넣어 씻고 헹굼  고추2개 양파 반개 크게 썰고 (채수용) 냄비에 넣고물 1리터 부어 끓이면서 미나리 다듬고 마늘 편으로 썰고 청양고추 ..

분류불가 202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