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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 얼론

에티오피아 식당에 가고 싶었다. 갈사람을 하나 구했는데 그쪽에서 여러명이 가면 여러가지를 시킬수 있지 않겠냐고 하길래 같이 갈만한 사람들 번호를 찾아보았다. 총 5명 중 2명은 해외출타 중이였고 2명은 일하고 있었으며 1명에게는 까임. 새삼 내 인간관계의 협소함을 깨달았다ㅎㅎ 예전에 돌연변이 연구소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혼자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라는 주제의 글을 읽은적이 있다. 등장한 예시가 무슨 심리학자였나 학회에 갔다가 너무나 멋진 풍경을 목격하고 자기도 모르게 옆에다 대고 정말 멋지지 않아? 하고 물어봤는데 옆에는 아무도 없었고 심리학자는 독신이였는데 그때 깨달음을 얻어 인간이 왜 혼자서는 행복해질수없나를 주제로 책을 썼던가 암튼 그런 이야기였는데 그 글을 읽고 나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왜냐..

2016.06.06

깜순이

1994년 어느날 저녁. 퇴근한 아버지가 가방에서 시커먼 물체를 꺼내더니 거실바닥에 툭 내려 놓았다.시커먼 물체는 곧 꾸물꾸물 움직이기 시작했고 엄마는 공포의 비명을, 나는 기쁨의 환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털이 곱슬곱슬한 검둥강아지 였던 것이다.엄마는 도대체 이걸 어디서 가져온것이냐 따져물었고, 아빠는 옆의 카센터에 들렸다가 기름때를 뒤집어 쓰고 있는것이 안되어보여 데리고 왔다는 설명을 시작했다. 엄마의 걱정이고 뭐고 나는 너무나 기뻤다. 외동인 나는 아주 어릴때부터 강아지를 기르고 싶어했고, 피아노가 생기자 나에게 강아지를 사달라는 곡을 만들어 치기까지 했는데도 부모님은 그때껏 건전지를 넣으면 깽깽짖는 강아지 인형만을 사주었던 것이다.아무튼 엄마는 강아지가 싫다고 했다. 어릴때 개에게 물린적..

2016.06.01

블로그는 왜하나

초딩때부터 이십대까지 강박적으로 일기를 썼다. 일기를 쓰지 않은 날의 하루는 사라져버리는것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일기쓰기만으로는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다. 여행이라도 가게되면 돌아와서 밀린거 다 써야하는데 문제는 빠쳐먹는 기억이 꼭 있단말이지 그러던 어느날 디지털 카메라라는 효과적인 기록수단이 등장하였고 나는 미친듯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기장과 당시 찍은 사진중 남아있는것은 거의 없다. 일기장은 부모님 이혼 후 이사를 다니던 와중 다 사라져 버렸고 외장하드를 구입하기전 찍은 사진들은 컴퓨터가 망가지던날 사라져버렸다. 카트 끌고다니면서 열정적으로 모았던 만화책 컬렉션도 소실되어 버리고 돌이켜 보면 나의 인생은 무언가를 존나게 모음 -> 하루아침에 전부 잃어버림의 연속이였던 것 같음 일전에 외장..

2016.04.29

멍플에 대한 생각

내가 여태껏 받은 악플중 가장 심한 수위의 악플은 썅년아 강간하고 보지를 찢어버린다 모 이런거였는데 사실 이런 단순무식한 글은 봐도 별로 화가나지 않는다. 진심이 드러나는 순간 같아서 약간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듬 근데 멍플다는 새끼랑 훈계충은 졸라 싫음. 토할 것 같음 아 멍플이 모냐면 멍청한 리플 내가 얼마 전에 만든 단어임멍플을 다는 인간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지는데 첫번째는 내가 뭐는 이러이러해서 좋다. 라고 했을때 네 이러이러해서 참 좋네요 같은말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부류 이런 사람들은 싫은 것보다 걍 이해가 잘 안됨. 할 말이 없는데 왜 말을 하지 그런 느낌? 두번째는 걍 글보고 심사가 뒤틀려서 반박이 하고싶은데 저능한 나머지 글을 엉망진창으로 쓰는 인간들 이런 자들은 너무 심하게 멍청해서 ..

2016.04.24

필리핀 마닐라 / 고스트 타운, 차이니즈 세메터리

마닐라 시티의 북쪽에는 고스트타운이 있다.   걍 음침해서 고스트 타운이 아니라 실제로 망자들을 위한 마을임정확히 말하면 화교 묘지인데 무덤의 양식들이 매우 독특하다. 어떠한 모습인지는 밑에 곧 나옴 기둘 난 묘지를 좋아한다. 묘지특유의 고요함과 넓찍함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무덤사이를 거닐다 보면 모든 것의 끝이 있다는 사실이 축복처럼 다가옴그래서 가끔 사후세계 영업하는 종교인들이 아주 괘씸하게 여겨짐. 죽고나서도 뭘 또해야 된다니 진짜 너무한거 아니냐??  암튼 그래서 마음의 묘지를 몇군데 만들었는데 하나는 해변과 가깝고 안개가 자욱하게 내리곤 하던 모투에카 세메터리이고또하나는 북한산 둘레길에 위치한 개인의 무덤이다. 이곳은 조경이 아기자기하게 되어있어 가을에 가면 정말 좋은데 예전에 사람 데려갔..

2016.04.19

오늘의 일기

난달라족과 드라마퀸을 보고 있으면 빡이 친다. 평범이라는것의 가치가 평가절하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사는것이 어디 쉬운가어릴때는 자아실현하는 사람이 대단해보였다. 직장 구하고 마누라 남편이랑 백년해로 모 이런건 아무나 다 하는건줄 알았음 근데 그것이 사실은 존나게 어려운 일이였다는것을 언제부턴가 실감하고 있다. 평범 = 행복 이라는 느낌인데 어째서 그토록 비범함을 추구하고자 하는지?음 근데 또 사실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기제가 다 다르긴 하니깐 독보적인 존재가 되지 않으면 뒤질것 같은 사람도 존재할거라는 생각은 듬.. 예를들어 일전에 샤이니 태민이라는 사람의 인터뷰 영상을 보았는데 저렇게 야심이 강한 사람이 공무원같은거 하다간 전자렌지에 돌린 날달걀처럼 빵 터져버릴수도 있겠구나 하..

2016.02.11

문자메시지의 추억

휴대전화 뒤지는 남친 용서가 안된다는 글 보고 생각난 에피소드이십대 초반의 초가을 당시 남친과 우리집에서 놀다가 오침을 즐기고 있었다. 근데 잠결에 몬가 띠룽띠룽 전화기 버튼누르는 소리가 들려오는것이였다.눈을 떠보니 남친이 나의 휴대전화기에 수신된 문자를 열람하고 있었음 그래서 뭐하는 짓이냐고하고 전화기를 뺏었다. 그리고 나갈 준비하고 같이 차를 탔는데 뭔가 빡치기 시작하길래 운전중인 남친을 득득 긁었음.넘 몰상식한 짓이다 그런짓을 왜하냐 일기장 뒤지는 엄마도 아니고 하면서 한참 긁으니까 남친이 그럼 너도 내 전화기 보면 되지않냐 그러고 쌤쌤으로 쳐라 했는데 사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였지만 일단 들으니까 나도 호기심이 생겨서 남친의 스타텍을 오픈해보았다. 걍 다 일 관련된 문자들이길래 바쁜 사람이군 하면서..

2016.01.05

신발

전철에 탈때마다 사람들의 신발을 구경한다. 예전에 나이트 같이 다니던 고딩동창이 자기는 남자볼때 신발이랑 시계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한적이 있는데 실제로 우리가 몸에 걸치고 있는 의복 중엔 신발이 주인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듯..좌석에 앉아서 앞자리 사람 발먼저 보다가 이러이러한 느낌의 사람이겠군 하고 딱 위를 올려다보면 딱 상상한대로의 모습이라 재미가 있음 사실 지갑이 더 많은 정보를 담고있긴 한거 같은데 이건 전철에서 찾아볼 수 없으니 지갑은 정말 최곤거 같다. 여태껏 내가 접한 지갑중 가장 파격적이였던것은 지갑주인의 어머니가 학창시절 쓰시다 물려주신 40년된 랄프로렌지갑과 무無지갑이였다.

201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