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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시

뱀너무 길다. - 어릴 때 이 시를 어디서 읽고 큰 충격을 받았었는데누가 쓴건지 오늘 드디어 알아냈다. 장 꼭도 Jean Maurice Eugène Clément Cocteau 아기 때 우리집에 연보라색의 시집이 한 권 있었는데 제목이 내 귀는 소라껍질 이었고 같은 제목의 시가 실려있었는데 그것도 이 사람 거였음 - 내 귀는 소라껍질바다소리를 그리워 한다. - 좋은 글을 쓰는 법 중 하나는 무언가를 보았을때 제일 처음 뇌리에 스치는 문장을 그대로 옮겨적는 것이다.어려운게 아닌데 죽을 때까지 못하는 사람은 못하는듯

2020.03.28

초딩과의 대담

- 전시장 출첵하는 초딩들과의 대담 나(이하 나) : (손가락으로 거북이 약올리는 영상 올리는 중) 초딩(이하 초) : 이런거 올릴때 조심해야된다 나: 왜인가 초: 사람들이 뭐라고 한다 나: 아 동물학대라고? 초: ㅇㅇ 나: 이게 학대는 아니지 않나 초: 요즘 사람들이 그렇다. 저번에 개주인이 강아지 목잡고 있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난리가 났다 초2: 근데 그 영상 솔직히 별거 아니였는데 너무 난리쳐서 좀 그랬다 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초: 그리고 연예인 관련 사진이나 글을 올릴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나: 왜냐 초: 아미들 쳐들어오면 망하는거다 (전시사진 중 지하철 모녀를 찍은 사진을 보고) 초: 이런거 찍으면 안되는거 아닌가 나: 되는게 있고 안되는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나름의 필터링은 ..

2019.11.13

참교육

초딩때 나는 찐따 문학소녀였기때문에 책을 많이 읽었다. 그리고 밥먹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기때문에 항상 밥상머리 앞에서 책을 읽거나 곁눈질로 티비를 보았음.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식탁에 앉아 책을 펼치고 밥먹을 준비를 하는데 그날따라 기분이 좋지 못하던 부친이 책 덮어라. 라며 으름장을 놓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싫어요. 하고 그대로 책에 코를 박았는데 그 순간 퓨즈가 나간 부친이 화를 미친듯이 내며 이쌔끼가! 하고 불같이 일어남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던 모친은 부친을 말렸으나 그는 말을 듣지 않았고 당시는 우리가정이 어느정도 기능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는 주먹을 드는 대신 매를 찾았다. 근데 엄마가 죄다 숨겨놔서 매가 없었음 빡친 부친이 씩씩대며 미친듯이 들고 때릴 물건을 ..

2019.09.22

배달음식 모랄리티

오늘같이 비가오는 날이면 밖에도 나가기 싫고 뭔가 튀긴것이 먹고싶어진다. 닭강정을 시켜먹으려고 요기요 어플을 까는데 구남친 1,2와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백날천날 구남친생각)구남친1이 우리집에 놀러온날 비가 오길래 내가 핏자나 시켜먹자고 하니 자기가 나가서 사오겠다고 한적이 있음도대체 왜?? 배달을 시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건데?? 어이털린 표정으로 묻자 그는비 오는데 오토바이 타면 위험하잖아. 라는 대답을 했고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마음이 넘 이쁘잖음약간 그 어른들이 애한테 뭐 질문했는데 상상초월하는 착한 대답 나왔을때 받는 그런 감동을 느낌 그리고 구남친2는 왜 생각났냐면 구남친 가게서 놀다가 돈까스를 시켜먹었는데 먹다가 배불러서 남기고 한시간 쯤? 후에 배달 아저씨가 그릇을 찾으러 왔음..

2019.09.05

H

h는 예쁜 소녀였다. 조상님 중에 서양인이 계셨는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밝은 갈색이었고 주근깨가 살짝 얹힌 투명하고 흰 피부는 짙은 녹색의 새 중학교 교복과 잘 어울렸다. 클레어 데인즈를 닮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역시 매력적이었다. h는 우리가 침냄새 나는 리코더를 불며 음악시험을 칠때 혼자 바이올린 연주를 했는데 능숙한 실력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서구적인 외모와 바이올린을 턱 밑에 낀 자태는 썩 잘어울렸다. 어떤계기로 h와 친해지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날부터 붙어다니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h가 또래보다 조금 순진한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h의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간 날이 있었다. 나는 h와 동생이 함께 쓰는 공부 방 벽이 차분한 남색으로 칠해져 있다는 사실에..

2019.08.12

스벅과 호황

요즘 읽고 있는 -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 를 챙겨 종로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재미있는 책이다. 국제 정세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술술 읽을 수 있다. 트럼프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영화 명대사 모음집 저리가라 수준 내가 탄 다음 정거장에서 육십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할저씨가 승차했는데 기사가 타기전에 뭐라고 질문을 했고 할저씨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에 질문은 수차례 반복되었다 겨우 문답을 끝낸 할저씨는 내 쪽으로 다가와 옆에 앉았다. 빈자리가 많았기 때문에 이 아저씨 나한테 몬가 말이 하고 싶구나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말을 걸기 시작함 할저씨는 눈빛이 흐리고 건강이 조금 안좋아 보이긴 했지만 말쑥한 차림새(머스터드 색상 바지 + 프린트가 화려한 여름 남방)였고 말을 조근조근 ..

2019.07.05

애완가지

구불이를 처음 만난건 신록이 우거지는 어느 초여름날이었습니다. 자전거로 옆 동네를 탐방중이던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요 이렇게 훌륭한 잠재력을 가진 가지가 버려져 있다니..! 철거 중인 건물 정원에 쓰레기들과 함께 나뒹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지는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죠 마치 오래전 국사책에서 본 사신도 청룡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습니다. 먼지가 왕창 쌓이고 아래부분이 검게 탄 것으로 보아 가지는 전 주인이 공예품을 만들려다 두고 갔거나 누군가 땔감으로 쓰려다 만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가지를 집에 데려가고 싶었기 때문에 공주님 안기로 살짝 들어보았습니다. 들 수 는 있었지만 옮기기엔 망설여지는 무게더군요 팔근육 부족으로 나온 인바디 결과지를 떠올리며 아쉬워하다 이대로 돌아가면 너무 큰 후회가 남..

2019.06.15

맨헌트 : 유나바머 재밌군

디스커버리 × 넷플릭스 합작 미니시리즈짧아서 그런지 만듬새가 매우 좋다.주인공 피츠요원이 자꾸 asmr 유튜버처럼 말하는거랑 마누라 여교수 캐릭터 평면적인거만 빼면 다 좋았음그리고 유나바머 성장기 실화냐..? 영화적 허구도 좀 섞여있겠지..? 섞여있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유나바머가 너무 불쌍하잖아!!!!!!!!!!!!!! 유나바머, 테드는 천재적 두뇌와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을 갖추었지만 사회성이 심하게 떨어지는 인간이다. 테드가 애착을 형성한 주변인들은 예외없이 그를 배신했으며 자꾸 선을 넘는 그의 행동들은 타인들로 하여금 그를 꺼리게 만들었다. 그가 하버드에 입학한 뒤 만난 롤모델 머리 교수는 자신에 대한 테드의 존경심과 불안한 심리상태를 이용하여 그를 MK울트라(CIA가 비밀리에 진행한 세..

2019.02.26

크리스마스 트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노에노에족

파푸아 뉴기니 우림 안에 거주하는 멜라네시아계 소수민족 노에노에 부족은 특이하게도 서양 문화인 크리스마스와 연관이 있다.1912년 프랑스 선교사이자 탐험가인 로돌프 토마스와 그의 일행은 파푸아 뉴기니 우림을 탐사하던 중 식인풍습을 가지고 있던 코로코로족에게 생포당하고 만다. 코로코로 족의 족장이 그들이 소지한 물건에 흥미를 보이는 것을 눈치챈 로돌프는 인육신세를 면해보려는 생각에서 트렁크안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부족민들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마침 성탄절을 얼마 앞둔 시점이라 로돌프의 가족들이 고향에서 보내온 화려한 크리스마스 카드들이 트렁크 안에 있었고 부족민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그림과 코가 빛나는 사슴 루돌프, 하늘에서 떨어지는 차갑고 하얀 가루 등 크리스마스의 속성에 완전히 매료되고 만다. ..

201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