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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과 호황

요즘 읽고 있는 -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 를 챙겨 종로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재미있는 책이다. 국제 정세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술술 읽을 수 있다. 트럼프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영화 명대사 모음집 저리가라 수준 내가 탄 다음 정거장에서 육십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할저씨가 승차했는데 기사가 타기전에 뭐라고 질문을 했고 할저씨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에 질문은 수차례 반복되었다 겨우 문답을 끝낸 할저씨는 내 쪽으로 다가와 옆에 앉았다. 빈자리가 많았기 때문에 이 아저씨 나한테 몬가 말이 하고 싶구나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말을 걸기 시작함 할저씨는 눈빛이 흐리고 건강이 조금 안좋아 보이긴 했지만 말쑥한 차림새(머스터드 색상 바지 + 프린트가 화려한 여름 남방)였고 말을 조근조근 ..

2019.07.05

크리스마스 트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노에노에족

파푸아 뉴기니 우림 안에 거주하는 멜라네시아계 소수민족 노에노에 부족은 특이하게도 서양 문화인 크리스마스와 연관이 있다.1912년 프랑스 선교사이자 탐험가인 로돌프 토마스와 그의 일행은 파푸아 뉴기니 우림을 탐사하던 중 식인풍습을 가지고 있던 코로코로족에게 생포당하고 만다. 코로코로 족의 족장이 그들이 소지한 물건에 흥미를 보이는 것을 눈치챈 로돌프는 인육신세를 면해보려는 생각에서 트렁크안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부족민들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마침 성탄절을 얼마 앞둔 시점이라 로돌프의 가족들이 고향에서 보내온 화려한 크리스마스 카드들이 트렁크 안에 있었고 부족민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그림과 코가 빛나는 사슴 루돌프, 하늘에서 떨어지는 차갑고 하얀 가루 등 크리스마스의 속성에 완전히 매료되고 만다. ..

2018.12.30

여러분 이 놀라운 사실을 알고있었습니까

(사진출처:https://en.wikipedia.org/wiki/Mandarin_duck) 만다리나 덕.. 그니까 우리말로 하면 원앙새 암컷은 수컷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요! https://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40016817 기사요약: 원앙새 수컷은 오랜지와 녹색의 화려한 깃털을 뽐냄. 암컷은 상대적으로 칙칙한 무채색그런데 필자가 기르던 원앙커플 중 암컷의 깃털이 번식기가 되자 갑자기 오렌지와 녹색으로 변함시껍한 필자는 조사를 시작 인간의 xy성염색체 처럼 조류에게는 zw라는 염색체가 있음. 수컷이 zz 고 암컷이 zw 임화려한 깃털 등의 남성적 특질은 z염색체가 발현시킴 그리고 조류는 양쪽 난소 중 한 쪽만(물새들의 경우 왼쪽)기능을 함. 오른쪽은 걍 ..

2018.09.04

막차

방 안 온도가 37도에 육박하기 시작했고 윗층 할머니가 구급차에 실려갔다. 수도 요금은 이제 올백으로 머리를 넘긴 할머니의 친구가 받으러 온다. 이대로 계속 있다간 나도 할머니꼴이 날것 같아 엄마네 집으로 피서를 가기로 결정했다. 남방 한 벌과 타블렛을 챙겨 막차에 올랐다. 무인선인 신분당선의 맨 앞칸은 전면부가 유리로 되어있어 풍경이 볼만하지만 그것도 두 번보니 시들하다. 오른편의 짐칸같은 공간에 타블렛을 올려놓고 일전에 받아둔 짐자무쉬 영화를 서서 보는데 곧 옆에 서 있던 회사원이 인사불성으로 취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철이 흔들릴때마다 그는 내쪽으로 휘청 몸을 꺾었는데 그럴때마다 영화를 훔쳐보았다. 그가 평형을 완전히 잃고 내쪽으로 쓰러지게 되면 어깨를 붙든 다음 정신 차리세요 아저씨 라고 말해줘..

2018.08.04

밥 딜런 내한 후기

노래못함 심지어 앉아서함 하모니카 집어던짐멈블링 창법이 더욱 심화되어 가사 전달이 아예 안되는 곡들이 태반첫곡 don't think twice its alright 이였는데 한참 뒤에 헛 시팔 하고 알아챔 tangled up in blue에서는 랩에 가까운 무곡조 창법을 선보이심그쯤에서 지미 헨드릭스가 밥딜런을 두고 말한 이렇게까지 음정을 틀리는 뻔뻔한 인간이라면 존경할만하다 쿼트가 떠오름장소는 올림픽 체조 경기장이였는데 스크린 없어서 공연 한시간 지나고 밥딜런 어딨는지 알아챔 VIP 앞에 몇 줄 빼고는 걍 다 형태만 구경했을듯 중간에 장애인석 비어 있길래 그쪽으로 이동했는데 시원하고 공간넓고 개꿀make you feel my love 너무 공격적으로 하모니카 불고 노래도 포악하게 불러서 무서웠음. 솔직..

2018.07.28

#미투운동에 대한 생각

작년 가을 서울펑쓰의 출판을 앞두고 있던 때였음 책의 레퍼런스로 삼았던 모 중견작가의 사진전을 친구랑 보러갔는데 마침 그날 작가가 전시장에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나도 사진집을 낼거라 하니 언제 본인 갤러리에 구경을 오라고하길래 명함을 받아옴 그리고 두달 뒤 출력상태를 확인하러 인쇄소에 갔는데 마침 갤러리가 앞이길래 방문해봄 손님 한명이 전시를 보고있었고 작가는 전시장 한켠의 사무실에 앉아있었는데 내가 작가와 이야기를 하는동안 손님이 나감 작가는 이야기를 하며 핸드폰 액정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는데 자꾸만 실패를 했고 어떻게 하는거냐고 하길래 내가 한번 부착을 시도해봄. 근데 갑자기 이 아저씨가 야 그런건 됐고 나랑 연애나 하자! 라며 와락 나를 끌어안으려고 하는것임 반사적으로 그 헬스장에 있는 ..

2018.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