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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며칠전 할아버지뻘 친척분이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게되었다나와는 별 교류가 없는 양반이었지만 그에 대한 몇가지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있다. 뭐 아름답거나 한건 아니고..  기억속의 그는 술을 매우 즐겼으며 대추같이 검붉고 쪼그라든 작은 얼굴에 좁은 이마, 근육질의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아기였을때 그의 얼굴을 볼때마다 경기를 일으키며 울부짖는 바람에 모친은 매우 난감했었다고 한다친척들끼리 계곡에 소풍을 간 날 거나하게 술에 취해 물로 들어간 그가 네 발로 서 짐승처럼 고함을 지르던 모습이 사진처럼 생생히 기억이 난다 몇 해 후 명절 온 가족이 그의 집을 방문했을때 그의 부인은 대하를 소금구이하여 우리에게 대접했다.집은 나무로 벽을 한 옛날식 양옥이었고 화장실에 창고와 연결되어 있는 작은 문이 달..

2021.03.01

그럴 사람이 아니다 라는 헛소리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599&fbclid=IwAR1aSw34f14H06-LFWDcffmJCbbNLFKgevI6Ycse8zJhrZya5BF_hByHamo 여성운동 동지가 박원순을 보내는 방법 - 시사IN정춘숙은 여성운동가다. 1992년부터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활동했다. 여성의전화는 폭력 피해 여성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시민단체로 1983년에 생겼다. 정춘숙(사진)은 2009년부터 6년 동안 상임대표�www.sisain.co.kr 변호사 박원순은 ‘그냥 당연히 거기 있는 사람’이었다. 정춘숙은 자신 있게 말한다.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에서 박원순은 정말로 첫손에 꼽아요.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에요. 모든 장면에 다 있었어요, 박원순은..

2020.08.28

나에게 문학이 모냐고 물어본다면

숨통 트이는 것 이라고 대답하겠다. 세상은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꽤 엄격하고 규칙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개헤엄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가끔 그 사실이 견디기 힘든 것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럴때 나는 문학의 집 앞에서 문을 두들긴다. 똑똑 나 좀 도와줄래? 문학은 사람일때도 있고 노래일때도 있고 인스타그램 계정일때도 있고 책일때도 있다. 문학의 집에서 딩굴거리다 밖으로 다시 나오면 차분하니 괜찮은 기분이 든다. 용기가 생긴다.

2020.07.26

일기

사에바라 리에코의 책을 읽다보니 슬퍼졌다. 책을 덮었는데도 계속 울적하길래 일단 코부터 풀었다 개인적으로 슬플만한 일이라고는 1도 없는데 왜지 싶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일어나는 모든 일들엔 걍 조금씩 다 슬픈 부분이 있구나, 싶어져서 대충 납득함 며칠 전 장모군이 '나도 디폴트가 우울이라 우울속에 사니까 우울이 스트레스는 아닌데 ㅋㅋㅋ' 이라는 발언을 하였는데 그것이 정상적인 인간의 상태라고 느껴짐. 포인트는 징징대지 않는 것임 - 일기를 안 쓴지 오래 되었다. 확실히 방문자가 늘어나면서부터 글이 좀 재미가 없어졌다. 최근 길다가 본 꽃나무 이름을 찾고자 검색을 하던 중 90년대 스타일로 꾸며진 개인 웹페이지에 흘러들어가게 되었다 관리자는 육십대로 추정되는 이민 1세대 아저씨였다. 대부분의 포스팅들은..

2020.06.19

복잡한 영혼

이사오고 얼마 되지 않아 놀러온 친구와 함께 집 근처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간 적이 있다. 알바가 친절하길래 문 밀고 나오면서 여기 알바 되게 친절하다.. 라는 말을했는데 친구가 야 들렸겠다 라며 핀잔을 줌 뭐 어때 욕도아닌데 라고 받아치자 그는 아냐 그래도 기분나빴을 수 있어 인간은 복잡한 존재라고.. 라며 중얼거림 명절때 방문한 할머니네 집에서 책을 한권 얻어왔다. 초등학생때 아주 감동적으로 읽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책꽂이에 꽃혀있길래 저 주세요 하고 얻어옴 읽다가 엄청나게 운 기억이 있어서 일부러 안보고 꽂아만 두다가 며칠전 어디 한번 각잡고 쳐울어볼까 하고 완독. 지금 읽어도 과연 감동적일까 싶었는데 여전히 감동적이었다. 첫 장면 주인공이 할아버지 다리 붙들고 서있는 장면부터 질질짬 암튼..

2020.05.14

초딩과의 대담

- 전시장 출첵하는 초딩들과의 대담 나(이하 나) : (손가락으로 거북이 약올리는 영상 올리는 중) 초딩(이하 초) : 이런거 올릴때 조심해야된다 나: 왜인가 초: 사람들이 뭐라고 한다 나: 아 동물학대라고? 초: ㅇㅇ 나: 이게 학대는 아니지 않나 초: 요즘 사람들이 그렇다. 저번에 개주인이 강아지 목잡고 있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난리가 났다 초2: 근데 그 영상 솔직히 별거 아니였는데 너무 난리쳐서 좀 그랬다 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초: 그리고 연예인 관련 사진이나 글을 올릴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나: 왜냐 초: 아미들 쳐들어오면 망하는거다 (전시사진 중 지하철 모녀를 찍은 사진을 보고) 초: 이런거 찍으면 안되는거 아닌가 나: 되는게 있고 안되는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나름의 필터링은 ..

2019.11.13

참교육

초딩때 나는 찐따 문학소녀였기때문에 책을 많이 읽었다. 그리고 밥먹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기때문에 항상 밥상머리 앞에서 책을 읽거나 곁눈질로 티비를 보았음.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식탁에 앉아 책을 펼치고 밥먹을 준비를 하는데 그날따라 기분이 좋지 못하던 부친이 책 덮어라. 라며 으름장을 놓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싫어요. 하고 그대로 책에 코를 박았는데 그 순간 퓨즈가 나간 부친이 화를 미친듯이 내며 이쌔끼가! 하고 불같이 일어남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던 모친은 부친을 말렸으나 그는 말을 듣지 않았고 당시는 우리가정이 어느정도 기능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는 주먹을 드는 대신 매를 찾았다. 근데 엄마가 죄다 숨겨놔서 매가 없었음 빡친 부친이 씩씩대며 미친듯이 들고 때릴 물건을 ..

2019.09.22

H

h는 예쁜 소녀였다. 조상님 중에 서양인이 계셨는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밝은 갈색이었고 주근깨가 살짝 얹힌 투명하고 흰 피부는 짙은 녹색의 새 중학교 교복과 잘 어울렸다. 클레어 데인즈를 닮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역시 매력적이었다. h는 우리가 침냄새 나는 리코더를 불며 음악시험을 칠때 혼자 바이올린 연주를 했는데 능숙한 실력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서구적인 외모와 바이올린을 턱 밑에 낀 자태는 썩 잘어울렸다. 어떤계기로 h와 친해지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날부터 붙어다니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h가 또래보다 조금 순진한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h의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간 날이 있었다. 나는 h와 동생이 함께 쓰는 공부 방 벽이 차분한 남색으로 칠해져 있다는 사실에..

2019.08.12

말이란 을매나 부질없게요

contempt - 경멸condescending - 본인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짐짓 겸손한척하는거patronize -  가르치려듬. 깔봄   loathe - 좆나 싫은 (hate보다 강한 의미) 빅뱅이론 재주행중인데 이 단어들 자주 들려서 구남친과의 추억이 떠오름이거 다 걔가 나한테 화낼때 쓰던 단어들인데 you are so condescending / dont patronize me / i feel contempt for you 이런식으로 지금 생각해보니 꽤 싹퉁머리없는 워딩들인데 그땐 내가 어휘력이 딸려서 못알아듣고 나중에 사전 찾아보고 아 이 뜻이구나 하고 그랬음못 알아들으니까 화도 별로 안나서 걍 지랄하면 아 또 시작이네 하고 맘 영알못 베너핏 ㅇㅈ? 암튼 얘는 나한테 화를 꽤 많이 냈고 ..

2019.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