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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게 만드는 판타지, 돌아보게 만드는 판타지

쿠이 료코의 시야는 거시적입니다. 선악이 명확히 구분되는 영웅 서사가 빠진 공백에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사유가 대신 자리합니다. 원인과 조건이 갖추어지면 일어나고, 조건이 흩어지면 사라진다는 불교의 연기론이 떠오르기도 하는 지점입니다. 대혐오시대, 쉬어감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쿠이료코의 만화를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던전밥보다 단편집들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전문)https://c-straw.com/lounge/877 도망치게 만드는 판타지, 돌아보게 만드는 판타지도망치게 만드는 판타지, 돌아보게 만드는 판타지c-straw.com

리뷰 2025.12.17

닫힌 세계는 반드시 자기 자신을 기형적으로 재생산한다.

백년의 고독 줄거리가 기억이 안나서 지선생한테 물어봤더니 그럴듯한 문장을 떡하니올초 예전에 몇 번 뵌 적이 있는 분의 부고를 전해들었다. 자살인지 사고사인지 사인이 불분명하다고 했는데 생전 쓰신 글을 읽고나니 전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쓰는 문장들은 모두 자신으로 귀결되었다. 다루는 모든 소재들이 존재를 지탱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고 끊임없이 자기를 호출하고 증명하려는 시도에서 그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스타 왜 밀었어요?- 껍데기만 키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알맹이가 넘쳐서 껍데기가 만들어지면 좋은데 그게 아니라 그냥 껍데기만 빚고 있는 거 같더라고요

2025.12.16

비내리는 중구, 전시와 커피 : IAH / 스티키플로어 / 권회찬 / 붓다독

(전략) 작업의 순서는 낙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1단계 : 갈색 콩테로 선을 휘갈기고 2단계 : 꼭지점을 전부 연결하는 구조선을 추가해 면을 만든뒤 채색하는 방식 타이틀이 치즈!인 이유가 재미있는데 스케치의 첫 단계를 줄곧 외주를 맡기셨다고 한다. 그니까 남이 그린 선에 본인이 2단계를 실행하는 것 그래서 모든 작품명이 사람의 이름이다. 맨 위는 김민주의 초상 그 아래는 김세욱의 초상 그 아래는 이성훈의 초상 그 아래는 손경배의 초상 맨 아래는 김유진의 풍경 그런데 또 선 긋는 사람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는 것은 아니고 의도를 넌지시 던져 추측하게 만들기도 하면서 이루어지는, 요구받는 입장에선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는 작업 어쨌든 자기 선을 베이스로 이 사람이 작업을 할 것이라는 의식을..

리뷰 2025.12.15

신고서점

덕성여대 앞에 무려 4층짜리 헌책방이 있다.작년 이맘때 도반분이 멋진 곳이라며 알려주셨다. 과연 그런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성심이 있다. 세월이 빚어낸 차분한 바이브랄까 연세 지긋하신 주인 내외분의 눈빛도 깊고원래 1985년 이문동에서 시작한 곳이라고 한다. 몇년 전 이쪽으로 옮기셨다고 1층 왼편은 카페로 운영된다. 마셔보진 않았는데 괜찮은 기계를 쓴다고 들었다. 올라가는 계단에도 헌책이 빽빽꼬마니꼴라가 꽂혀있길래 몇페이지 훑어봄 2층 올라가면 좋은 위치에 영성-명상관련 서적들이 꽂혀있다. 80년대 정신세계사에서 출판된 꼬마성자와 성자가 된 청소부를 여기서 찾았다. 어릴때 외갓집에 가면 뽕나무에 올라간 삭게오 그림책이랑 이 두 책을 꺼내 읽곤 했다. 삭게오 ..

리뷰 2025.12.14

오히려 좋아. 뇌반쪽이 날아간 뇌과학자의 수기

데이트에 나서는 길 오늘은 일찍 들어와야지 다짐하면서도 예쁜 팬티를 찾고 있는 스스로의 모순을 인지한 적이 있는가???우리의 뇌 속에는 이중인격자 같은 두 개의 마음이 존재한다.. 좌뇌와 우뇌가 바로 그것이다. 질 볼트 테일러는 하버드에서 연구 중인 뇌 과학자이다. 그녀의 친오빠는 뇌 장애로 인한 정신분열 판정을 받았다. 질이 어릴 때 부터 지켜본 오빠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남달랐다. 어떻게 같은 경험을 하고도 저렇게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에서부터 뇌에 대한 그녀의 흥미가 시작되었다. 강력한 동기로 인해 승승장구 커리어를 밟아나갔고 전미정신질환자 본부의 최연소 임원이 되었으며 연구를 위한 뇌 기증을 받기위해 기타를 짊어지고 전국순회를 돌며 뇌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등 누구보..

의식의 세계 2025.12.13

인터넷 고마워

1. 새로산 커피포트로 끓인 물에서 플라스틱 녹인 맛이 난다 한 모금 들이켰다가 리터럴리 토를 한 번함 난 비위가 약하다고연마제는 분명 겁나 빡빡 닦았고 식초 베이킹 소다 어쩌구 다 끓이고 했는데 why????싼거 사서 그런가 하고 당근으로 반값에 팔아버리고 (새 주인의 비위가 나보다는 강하기를 바라며)전에 쓰던 것처럼 유리로 된 제품 재구매 근데 또 그럼 WTF알고보니 연마제도 포트소재도 세척 탓도 아닌 구조적 문제였음 열을 가할 때 밑판에서 발생한 냄새가 손잡이 속 공간을 타고 올라오는 것 https://blog.naver.com/hc1014/140165315383 커피포트 플라스틱 물냄새 제거방법커피 포트로 물을 끌이면 이상한 플라스틱 냄새가 납니다.. 심지어 물맛도 플라스틱이 녹아있는 맛이 납..

분류불가 2025.12.11

[스크랩] 인생의 구원은 이벤트가 아닌 일상 업그레이드에 있다

https://dirtmentalist.substack.com/p/86e 인생의 구원은 이벤트가 아닌 일상 업그레이드에 있다드라마 중독은 지팔지꼰 취향을 만든다dirtmentalist.substack.com(전략)지나치게 높은 자극 추구성은 ‘안정적 평온함’을 무가치한 것, 지루함, 정체, 혹은 심지어 불안으로 인식하게 만든다.이런 사람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개선에 자원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는다. 안정성은 대비 구도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지속되는 갈등을 만들거나 불편을 방치하거나 위험을 감수하여 인위적인 고저차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나르시시스트 관계가 ‘Drama Cycle(드라마 순환)’을 반복하는 이유다. 나르시시스트 당사자든, 그 착취의 피해자든, 여기에 중독되면 ..

의식의 세계 2025.12.04

공복의 평화

명상원 다녀왔다. 3일코스 봉사매니저 하라 하시길래 했고, 봉사자는 저녁을 주지만 짧은 코스니 오후불식 하기로 했다. 6시 반에 한끼, 11시에 한끼 이렇게 먹으면 18-19시간 공복을 유지하게 된다. 요즘 별 일 없으면 두끼 먹고 있어서 할만했다. 굶고 있자니 첫코스때 아침에 나오는 잼 바른 토스트 소매 속에 숨겨 들여와 밤에 몰래 먹던 기억이 나서 그래도 발전이 조금은 있군 싶었다. 허기를 참을 수 있다는 건 편한 일이다. 전에 도반들과 식당 갔을 때 일 끝나서 고정수익도 사라졌다는 말을 하니 Y님이 오늘 밥 먹지 마세요, 라길래 빵 터진 기억이 있는데 그 뒤의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요즘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를 읽고 있는데, 거기서 싯다르타가 일을 구하러 가자 고용주가 당신은 뭘 할 줄 아쇼, 묻..

의식의 세계 2025.12.02

주공아파트의 가을

절뚝대는 동안 가을이 다 가버리는 거 같다. 주말쯤 부터는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단풍구경을 가기로 했다. 어디로? 상계주공아파트로 여기서 유소년기의 절반을 보냈다. 남은 절반은 개포, 잠실 주공아파트에서 보냈는데 이 두 곳은 이제 이름도 못 외우겠는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예전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그 시절 개포 3단지는 초서민 동네였고 아파트 거래가는 오천 이백만원이었다. 아마 천만원쯤 더 받고 집을 팔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팔자마자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바람에 부모님은 홧병을 얻었다. 하지만 알빠노초딩 입장에서는 외갓집과 가깝고 화장실에 욕조가 있는 상계주공아파트로 이사온 것이 좋았다. 80년대 후반 외가가 먼저 미아리 한옥을 아파트 딱지와 교환해 이곳에 둥지를..

202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