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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름에 아버지쪽 성을 갖다 붙이는것은 차별적이지 않냐는 의견을 접함 그러고 보니 우리 외할아버지도 너는 정유진이 아니라 노유진이라는 말을 농담삼아 종종하셨다는데 그때마다 어린 나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 나머지 할아버지 얼굴에다 코코블럭을 집어던졌다고.. 암튼 옛날 어른들은 그런걸로 섭섭해 하는게 쫌 있는거 같다딸은 남의 집 사람이라는 말도 아마 여성의 역할 = 남의 집 대를 이어주는 도구라는 생각에서부터 나오지 않았을까 싶음근데 사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 반대에 가깝다고 한다. 이기적 유전자 내용 중에 이런것이 있음 암컷의 체내에서 수정되고 암컷에 의해 탄생되는 우리 포유류의 특성상 모성애가 부성애보다 강할 가능성이 높고 ( 수컷의 경우 태어난 새끼가 자신의 새끼라고 100퍼센트 확신하기가 어..

남성과 여성 2016.08.03

M

M언니는 팔다리가 짧고 뚱뚱했다. 천식이 있었기 때문에 인헤일러를 항상 소지하고 있었다. M언니와 처음 말을 트게 된 장소는 구내 식당이였다. 당시 식당에는 모든 그룹의 구역이 나뉘어져 있었고 어떤 그룹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판기와 가까운 안쪽 테이블에 모여서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나는 과묵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 테이블을 좋아했다. 서로 딱히 잘보이려고 하지 않고 여타그룹에 비해 인종적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조용한 식사시간이 끝나고 각자 잡지를 읽거나 가벼운 대화를 하던 중 M언니가 엠피쓰리 플레이어에 넣을 건전지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언니는 그것을 집어들기 위해 몸을 움직였는데 그녀의 짧은 팔에 비해 건전지가 너무 빨리 굴러갔고 나는 M언니가 의자에서 굴..

2016.07.25

S

뜬금없이 불쑥불쑥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초등학교 다닐때 같은 반이였던 남자애 생각이났다. S는 얼굴이 하얬고 또래에 비해 체구가 아주 작았다. 목소리도 생긴것도 유아적이여서 처음 반 배정을 받았을때 왠 유치원생이 있나하고 깜짝 놀랐었다.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어본것은 아니지만 유순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던것으로 기억한다. 하루는 운동장 조회 중 S가 불려나가 상을 받았다. 소풍 도중 저혈당쇼크로 쓰러진 당뇨환자를 목격한 S가 아이답지 않은 처신으로 사탕과 물을 주어 사람을 살린것이었다. 목숨을 구한 당뇨환자는 이 침착한 아동을 치하해 주십사하는 편지를 학교로 보냈고 교장은 S에게 표창장을 수여하였다. 몇년이 지나 중학생이 된 나는 S와 다시 한번 같은 반이 되었다. 조별과제가 할당되었는데 나와 S는 같..

2016.07.24

페이데이

일하던 공장의 페이데이는 매주 화요일이였다.페이슬립은 점심시간 식당에서 수퍼바이저들에 의하여 전달되었다. 우리는 지난 한주 우리의 시간과 노동력을 금액으로 환산한 가치가 프린트되어있는 쪽지를 읽으며 샌드위치를 꾸역꾸역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식당엔 엄청나게 많은양의 통신판매 카달로그가 배달되었다.예쁜속옷부터 50인치 컬러티비까지 카달로그에는 없어도 살지만 있으면 좋은 물건들이 파격가를 자랑하며 잔뜩 실려있었다.천장에 부착가능한 달모양 전등을 보며 살까말까 고민하는 동료 아주머니를 보는데 갑자기 밥이 목구멍에 떡 걸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14시간 몸을 망쳐가며 받는 노동자의 최저시급은 이런식으로 다시 거대자본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게 되어있는것이로구나 그것이 세상이로구나 뭐 그런 좌빨스러운 생..

2016.07.24

경향성 얘기하는데 일반화 운운하면 넘 빡친다

예를들어 프랑스놈들은 길빵을 많이 한다. 라는 이야기를 했을때 아닌데 내가 아는 프랑스인은 담배도 안피는데 사람 나름이겠죠이런 소리를 들으면 혈압이 수직상승한다. 아니 세상에 씨벌 그걸 누가 모르냐고 당연히 안피우는 인간도 있겠지 프랑스 인구가 칠천만명인데 칠천만명이 죄다 길빵을 하면 다들 일찌감치 폐암걸려서 번식도 못하고 뒤지느라 국가 존속이 불가능할듯근데 그러면 저 '프랑스놈들은 길빵을 많이 한다' 를 '내가 목격한 바로는 프랑스 국민들이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에 관대한 경향이 있는것 같다. 물론 이것은 나의 사견일 뿐이고 흡연자체를 싫어하는 프랑스인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 로 수정해야 하는데 내가 신문기자나 논문 발표하는 과학자도 아니고 저런식으로 뭔 얘기를 할때마다 자체검열을 일삼다보면 말하는게 재..

2016.07.14

쥐구멍 블로그 운영방침

침대에 누워있다가 일가친척들이 뭐해서 먹고살았나 정리를 한번 해본적이 있다.세무소 식당운영, 미군차량 운전기사, 청소부, 가정주부, 어린이집 교사, 카센터 운영, 간호사, 하숙집 주인, 관광지 기념품가게 주인, 호텔 메이드등 정리를하다보니 감탄이 나올정도였다. 어쩌면 하나같이 다 이렇게 평범하냐, 예술가나 유산계급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수가 없군 하는 생각이 들었음 나라에는 세금 교회에는 헌금내는 주6일 근무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남긴 유산인 나는 평일 오후 침대위에서 뒹굴거리며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앞으로 힘이 닿는한 더 열심히 놀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빨던 노무현 정권때 비정규직법이 통과되었다.엄마는 이혼 후 호텔 메이드를 하였는데 정규직 메이드는 오래하면 월 3, 400정도 디센트한 급여를..

2016.06.30

염세주의 극복하기

스무살땐 쇼펜하우어를 좋아했는데 그 계기는 책 서문에 동시대의 철학자가 써놓은 ' 친구가 한명 있는 것과 친구가 하나도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쇼펜하우어에게는 친구가 단 한명도 없었다. ' 라는 문구를 우연히 읽게된것이었다. 너무 불쌍하잖아...! 암튼 그래서 한동안 그의 기일(9월 21일)마다 혼자 추도식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쇼펜하우어는 부와 명성에 집착하던 속물로 언행일치라곤 안되던 개자식이라며 비판한 칼럼을 읽게되었는데 그 사실을 알고 나니까 왠지 쇼펜하우어가 삶이란 블랙코미디라는것을 몸소 실천하여 보여준것 같고 암튼 더 좋아짐 물론 인간이란 우주의 맹목적인 의지에 휘둘리는 똥만드는 기계일 뿐이지를 설파한 사람이 주식투자에 몰두하고 그러면 좀 웃겨보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201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