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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요리가 별로 안 귀찮은데 계기는 연말에 집에서 단체명상 준비를 하다가 유부초밥 + 매생이 미소시루를 끓인 것이었다. 평소 밥할 때마다 요리는 참 일이다 번거롭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날은 봉사하는 느낌이라 과정이 즐거웠음그래서 그때부터 스스로에게 봉사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요리함 이러니까 주방도 더 단정해짐 그리고 저속노화 갓생 이런거 생각하면 자꾸 버거킹 달려가고 싶어지는데 몸을 수행의 도구라고 생각하니까 좀 더 신경써서 먹게 됨 역시 동기가 다다 페낭커리재료페낭커리 페이스트 2-3큰술코코넛 밀크 400 ml남쁠라설탕오일깔라만시즙 (or 레몬즙) 땅콩버터죽순(통조림) 반개피망1개얼린 두부 반개 (안 얼려도 됨. 또는 닭고기)야채는 길쭉하게 언두부는 네모낳게 썸냄비에 오일을 두르고 가열한 뒤 페낭커리 페..

분류불가 2026.01.28

가식과 내장

며칠 전 산에 올라가는데 대단히 정성들여 쌓은 돌탑이 하나 나왔다. 일행 분이 아무리 깡패같은 인간도 저거는 못 무너뜨리겠다 라는 말을 하셨는데 그순간 떠오르는 기억이.. 스무살 때 친구와 춘천 여행을 갔는데 배타고 들어가는 절에 갔었고 그 근처에 사람들이 조약돌로 돌탑을 잔뜩 쌓아놨길래 야 저거 무너뜨리자 하고 발로차고 당수로 쳐서 돌탑 막 무너뜨린 다음 다시 배타고 나왔다. 왜 그랬냐 하면 모른다. 그냥 파괴하고 싶었음 소원을 빌며 돌탑을 쌓았다는 사실이 킹받았던 거 같기도 하고아니면 내 안에 상놈 유전자 같은게 있는거 같기도 함 막 조금이라도 점잔빼거나 디테일 따지는 모습 같은 걸 보면아 그냥 하라고~~~~!!!!!!!!! 쳐답답하게 굴꺼야??!!!!? 이런 내적 외침이 있음..심리검사 받았을 때..

2026.01.28

주인아 니가 사과를 왜 하니 - 세계의 주인

영화의 첫 장면은 두 고등학생의 키스 씬으로 시작된다.뽀뽀가 아니다. 혀를 야무지게 집어넣는 딥키스다.불편했다. 유럽영화 속 미소년미소녀의 키스랑은 달랐다.뚜껑머리에 안경 쓴 남고생과 머리 하나로 묶은 여고생의 모습이 ㅇㅇㅅㅋㄹ 에서 마주치는 동네 애들이랑 너무 닮았다.성이라는 주제와 별로 결부하고 싶지 않은 급식들의 리얼한 키스씬은 불편한 것이었다.니는 뭐 저 나이 때 키스 안 했냐? 웃기다는 생각도 들었지만어른이 되고나니 아이의 성을 보는 시선에 응원보다는 역시 껄끄러움이 앞선다.게다가 클로즈업 씬을 롱테이크로 잡아놔서 압박감이 상당하다.이것은 감독이 전달하는 일종의 선언이라고 생각했다. 전문 : https://c-straw.com/posts/7043 주인아 니가 사과를 왜 하니 - 세계의 주인영화의..

리뷰 2026.01.27

루미큐브 박정아 찻잔

박정아 작가님 작업실에 놀러갔다. 고철마을 같은 을지로 미궁에서 헤매고 있었더니 이쪽입니다하고 머리가 나옴 요새 잘 안보이는 바닥저 금색 줄눈이랑 돌알갱이 콕콕 박힌 거 어떻게 시공하는 건지 궁금해서 지선생한테 물어보니 테라조 라는 방식이고 돌칩이 섞인 시멘트를 부은 뒤 연마기로 표면을 수차례 갈아 평평하게 만드는 거라고..미친 그건 너무 노가다 아니야? 하니까 맞고 대신 한번 깔면 수십년 쓰는데 이제는 비용과 품이 너무 들고 숙련자도 사라져서 시공하기 어렵다함과거의 표준은 오늘날의 사치 일전에 박정아 작가님이 직화구이 대신 불맛내는 조미료 쓰는거 가지고 시대상이야기 한 것도 생각나고 감사한 표정들로 맞아주심 방문목적은 루미큐브 승부였고 이걸 생각하고 갔는데두 분이 그건 그냥 큐브고 ..

리뷰 2026.01.24

나도.. 나도 마실 거야!!

근데 다기가 필요하긴 한 거 같아서 당근 찾아봄구색 맞추려면 어차피 어지간한 걸로는 성에 안 찰테니까 막 쓸 수 있는 걸로 세척 쉬운 유리 주전자 + 큰 잔 생각했는데 이사가는 부부가 딱 그런걸 내놨길래 바로 가져옴근데 어째 찻잔이 좀 계란찜기 같다는 의심이 들길래 뚜껑을 이제야 열어봤는데 이거 차완무시 찜기 맞잖아이 사람들 이걸로 지금까지 차를 마셔왔단 말인가! 차 한 잔 했습니다.. 붕어빵이 맛있네요..어이없긴 한데 이김에 차완무시 해먹는 것도 괜찮을거 같고 딸려온 밀폐용기들이 맘에 들어서 갖고있기로 당근 하여튼 재밌는 앱임 이 부부의 또 특이했던 점은 둘 다 무조건 코가 네모난 구두만 신는 듯 하고 자느라 답장을 못 했는데 거래하실거냐는 문자가 2시간 마다 하나씩 와 있었음그렇다고 사이코같진 ..

리뷰 2026.01.23

아니 홍차가 이런 것이었다니

일전에 다도 알려주신 위버님이 본인은 잘 안마시게 된다고 홍차잎을 주셨는데 뭐 스트레이너 이런거 귀찮으니까 그냥 잔에 넣고 뜨거운 물 부었다가 톡와서 좀 오래 뒀단 말임식었길래 원샷했는데 헉 티백이랑 왤케 다르냐홍차.. 향기가 있는 차였어!! 저번 담마하우스 첫 명상 컨덕팅 해주신 선생님들 통역하다 커피 마시러가서 들은 얘긴데(장소는 인사동 코튼커피. 원두선택/디카페인 가능하고 테이블 불편하고 커피 훌륭)그분들은 아예 집 뒤에 차나무 심어서 수확해서 마시는 분들이었고다도의 기원은 승려들이며 불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함 잠에서 깨우고 알아차림의 리추얼이 있고 술 안마시니까 접대를 차로 하면서 문화가 전승된듯아무튼 그 얘기도 생각나고 홍차도 맛있길래 다구를 장만할까 하고 보는데 스스로의 들뜸이 이 지점에..

리뷰 2026.01.21

기만을 지켜보는 일은 왜 괴로운가

지나치게 기만적인 언동을 목격할 땐 두려워지는데 저런 말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1. 자기가 뭔 소리를 하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고 2. 상대가 본인의 언행을 어떻게 느낄지에 대한 인식이 아예 부재한 상태라는 거잖음 그렇다는건 나의 기만도 저런 식일 거라는 거 아님나는 그게 기만인지 모를 거라고. 모르니까 저런 미친 소리를 할 수 있는 거라고일전에 지능의 저주에 대한 토막글을 읽었는데 지능적인 인간일수록 자신과 타인을 속이는 데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음남을 속이는 건 그렇다 치고 자기를 속이는건 ㄹㅇ무의식 레벨에서 진행되는 과정이라 자각하기 어렵고그 고통의 상태를 벗어나는 건 더더욱 어려운듯그리고 왜 그걸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미칠 것 같은지 궁금해서 지선생한테 물어봄 * 자기기만..

의식의 세계 2026.01.20

도시락과 은전 한 닢

중학생때 우리반에 서영(가명)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좀 통통했고 애가 순했음같은 그룹이라 도시락을 같이 먹곤 했는데 얘가 좀 특이했던게 식탐이 엄청났음 그 애들끼리 밥 먹을때 치킨너겟 같은 맛있는 반찬은 서로 나눠먹잖음근데 얘는 맛있는 반찬이 보이면 호다닥 젓가락으로 집어다가 자기 도시락 위에 쌓아두고 금괴를 지키는 고블린처럼 손으로 벽을 쳐서 접근을 원천봉쇄함그니까 집어온 맛있는 반찬들은 쌓아두고 자기 반찬도 애들이 못 가져가게 방어했던 것임원래 욕심많고 못된 애면 걍 놀부심보려니 하겠는데 평소에는 순하다 못해 호구잡히는 애가 숟가락만 들면 저러니까 여자애들끼리 뒷말이 꽤 나왔고 꼽도 좀 줌그러다 어느날 서영이네 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갔는데 서영이한테는 남동생이 있었음어딘지 모르게 겁먹고 우울한 표정의..

2026.01.19

경이의 시선으로 울리는 경종 - 에드워드 버틴스키

'치킨은 위로가 됩니다' '새 시즌 컬렉션으로 당신의 품격을 드러내세요' '호화 패키지 여행으로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세요' 시장은 심리적 결핍을 물질로 보상하라며 적극권장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 태어남과 동시에 온갖 매체를 통해 주입되는 메시지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검약이 구질구질함으로, 소비가 미덕으로 찬양되는 욕망의 시대를 반쯤 감긴 눈으로 건너는 중이다.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사진들을 보고왔다. 타이틀이 추출과 추상인데 영어로도 한국말로도 운율이 잘 맞는다. 멀리서 보면 추상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지구에서 무언가를 쭉쭉 뽑아내고 있는 풍경들을 버틴스키는 기록한다. 보시다시피 압도적인 크기의 프린트와 해상도인데 메시지에 앞서 기술력에 감탄하게 된다...

리뷰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