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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젊음

세상은 점점 늙어간다.늙은 세상에서 태어나는 젊은이들그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늙은 세상과 마주하고 그 속성을 빠르게 답습한다.매력은 사라지고 혼란과 우울만이 남는다. 노인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놀라게 되는데그것은 너무도 젊은 그들의 얼굴에서 노인이 보이기 때문이다. 늙은 세상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의 표정에서도 그러한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

2017.02.17

경멸감에 대한 생각

일전에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미국의 가족심리치료사가 40여년에 걸쳐 여러부부사이의 표정 목소리 바디랭귀지등을 조사하였는데 상대방에 대한 경멸적 표정을 드러낸 커플의 경우 94%의 확률로 이혼을 하였다는 내용이였다. 관계에 있어서 최악의 신호는 경멸이라는 것이였다. 나는 경멸감을 자주 느끼는 편이다. 웃으면 안면비대칭때문에 자동으로 썩소를 짓게 되는데 이게 사실은 안면비대칭 때문이 아니라 걍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표정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임 어릴때는 어른들이 반말로 말을 거는게 너무 싫었다. 존댓말을 할때 굳이 혀짧은 소리를 내는것도 우습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왜 아동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특별한 성조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동이 무슨 공룡도 아니고 하지만 유아는 약한 존재임으로 어른들의 보..

정신의세계 2017.01.29

어제의 일기

꿈을 엄청나게 꿨다. 요새 꿈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는데 향신료를 많이 먹어서 그런거 같다. 어떤 종류의 향신료들은 매우 생생한 꿈을 꾸게 만든다고 한다. 오늘 꾼 꿈에는 정기적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나왔다. 면식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상당히 친숙하게 느껴진다. 꿈에서 깨고나면 오랫동안 그립다. 주말이라 안가본데서 저녁밥을 먹고싶었기 때문에 센트럴 페스티벌 플라자라는 대형 쇼핑몰로 향했다.걸어서 한 2-30분정도 걸리는것 같다. 이 동네에서 한가지 아쉬운건 산책로가 마땅찮다는 것이다.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큰 길 뿐인데 매연이 심해서 걷고 나면 항상 가벼운 두통이 느껴진다. 페스티벌 플라자로 가는 길역시 자동차가 즐비했다. 근처에서 타투샵을 하나 발견했는데 치킨배달을 겸하고 있는 듯 했다. ..

2017.01.15

풀사이드

열세살때 읽은 하루키는 야해서 좋았고 스무살때 읽은 하루키는 내용이 없어서 짜증이 벅 났다. 전에 마구잡이로 받아놓은 이북중에 풀사이드라는 단편이 있길래 버스를 기다리며 읽어보았다. 방콕에 도착한 이후로 무거운 글을 못 읽겠다. 리얼리티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더러운 흰색 난닝구를 입은 근육질 남자의 불끈 쥔 주먹, 그 주먹 위에 리얼리티라는 문신이 있는 이미지 같은것만 떠오르는것이다. 예전에 함께살던 미대생과 구남친의 누나는 하루키에 열광했다. 하루키의 글이 그들과 같은 제 1세계 젊은이에게 어필하는 이유는 그들의 삶과 소설속 인물들사이 관통하는 정서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키 소설속 인물들에겐 아둥바둥함이라는것이 없다. 요 앞에 리어카에서 망고파는 아저씨에게 노르웨이숲을 권유한다면 한 세페이지 읽..

2017.01.13

나는 잠을 자지 않는다

나는 잠을 자지 않는다.그것을 시작부터 지켜본 나의 부모는 그것이 상당히 이상한 일이라 판단하여 비밀에 부치기로 했고, 내가 말을 떼기 시작하자 나의 특이체질에 대하여 남들에게 털어놓지 말라는 교육을 시켰다. 배움이란 틀리면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체벌은 매우 기계적으로, 신체에 손상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오랜기간에 걸쳐 이루어 졌다. 여기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의 부모의 체벌이 순간적 감정에 의해서가 아닌, 철저한 계산하에 이루어 졌다는 사실만은 언급해야겠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아동학대자로 불리우는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럭저럭 순종적인 아이로 자라났고 잠을 자지 않는다는것을 제외하면 상당히 평범한 축에 속했다. 하지만 살다보면 자는척이라는것..

2017.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