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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의 용도

어제 밤 러닝을 마치고 발 뒤꿈치 근처가 까졌다는 걸 깨달았다. 양말을 잘 안 신기 때문에 그 부위가 종종 까지곤 한다. 그냥 쌩까고 걸어가려는데, 아프다. 그래도 계속 무시하고 걸었다. 고통은 자각과 반추에 의해 증폭된다. 생각의 버릇을 멈추면 실체는 별게 아니라는 것을 명상원에서 몸으로 배웠다. 요새 명상을 대충했던거 같다. 너무 아프다. 러닝화를 벗고 맨발로 걸어갈까 했는데 땀에 팍삭젖은 몰골에 문신에 맨발로 걸어가기까지 한다면 너무 반사회적으로 보일 것 같았다. 뭐 그 정도면 다행인데 밤이 늦었고 차림새가 허술할수록 성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는 글이 떠올랐다. 신발은 안 벗기로 했다. 대신 마스크를 벗어 뒤축에 찔러 넣었다. 신발은 신었지만 마스크를 벗었으니 + - 제로로 결국 반사회적으로 보였을 것..

정신의세계 2021.07.16

순대국은 왜 과소평가 되었나

순대국을 먹으러 갔다. 날이 더워 매운게 먹고 싶었다. 주인 아저씨에게 얼큰 순대국 얼마나 맵냐고 물으니 매운 거 먹는 사람 기준이라길래 그럼 걍 보통으로 주세요 하자 아 근데 못먹을 정도는 아니고 라면 먹으면 먹을 수 있어요.. 라며 테이블 앞을 서성이셨다. 아무래도 나에게 얼큰 순대국을 먹이고 싶어하시는 눈치길래 한 번 시켜봄 순대국을 기다리며 순대국집에 올때마다 하는 생각을 했다. 순대국은 훌륭한 음식이다. 맛있고 영양학적 밸러스도 좋으며 부추와 양파, 고추 등의 야채는 더 달라면 더 준다. 심지어 들깨로 맨든 귀한 가루는 원하는 만큼 맘껏 퍼먹으라고 테이블 마다 놓여있다. 해방 전 까지만 해도 귀한 음식으로 쳐주던 순대이다. 개념녀 테스트 따위에 남용될만한 음식이 아니다 이 말이다..! 반면 순대..

2021.06.29

육체와 정신

요즘엔 아침에 명상 저녁에 달리기를 한다. 그러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뭐냐면 중간에 이거 왜 함 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순간이 있단 말임. 둘 다 고통이 따르고 시간이 드는 활동이니까 그러면 이제 반사적으로 대답이 나오는데 명상을 할때는 '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켜) 신체적 안정을 취하기 위해' 달리기를 할때는 '(유산소 운동을 함으로써 뇌의 노화를 늦추고) 정신의 건강을 위해' 라는 답을 함 육체를 위한 명상, 정신을 위한 달리기 라는 타이틀이 떠올라 피식함 답이 반대로 나왔다 싶어서 웃겼는데 사실 반대도 아닌게 육체와 정신은 상당부분 같이 가는게 맞으니까 엊그제 making sense 팟케 출연한 뇌박사가 인간의 두뇌가 발달한 이유는 시를 쓰거나 연구를 하거나 암튼 그 어떤 지적 활..

정신의세계 2021.06.19

신앙

최근 종교가 있으면 좋을 거 같다 라는 말을 세 사람에게 했다.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루고 나서부터 든 생각이다 1은 자신도 그렇다. 하지만 그것이 bullshit이기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점이 아쉽다 라고 말했다 2는 자신도 그렇다. 하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게 안된다는게 문제다 라고 말했다 3은 반색하며 본인이 종교를 가지게 된 계기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어쩌면 우리의 만남도 우연이 아닌 신의 지표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전에 신앙에 귀의한 엄정화의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본인은 전혀 종교적 삶을 살지 않았고 점이나 보러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정말 신기했다며 그녀 앞에 나타난 여러 표지들에 대해 말했다 몰랐는데 엄정화씨 매우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의 매력이 나로 하여금 신성을 깨닫게 만들지..

정신의세계 2021.06.03

약해진 가로쥐와 예뻐진 세로쥐

며칠 전 가로쥐가 다시 한번 그로기 상태가 되었다. 병석에서 일어난지 8일 만의 일이다. 저번 병원 방문때 스트레스로 포르피린 마구 뿜던 게 기억나 이번엔 그나마 덜 먼 이앤박 동물병원으로 갔다. 고슴도치와 햄스터를 주로 보신다 하고 래트는 처음 진료하시는듯 했는데 뭐가 크게 다르냐니 얘들은 힘이 정말 세다고.. 핸들링이 어느정도 되냐, 무냐 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 말을 들으니 세로가 아닌 유순한 가로쥐가 아파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로쥐는 성질을 못이겨 졸도하거나 피를 볼 듯 이번엔 초음파를 찍었는데 지난번 병원에서 왜 오늘은 엑스레이만 찍자고 하고 돌려보냈는지, 왜 처치실로 데리고 들어가 촬영 과정을 보여주지 않은건지 이유를 알았다. 뒷덜미를 있는 힘껏 잡아당겨 보정하는데 (피부를 얇..

2021.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