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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해도 안되는 날

만나기로 한 인간은 당일 약속 파토 오랜만에 방문한 남산 애니센터는 철거 중 햄버거 처먹다 간 존니 먼 화장실은 비번 걸려있음 이런 날은 집에 처박혀있어야 하는건데 왠지 오기로라도 돌아다니고 싶어져서 왕창 걷고 들어옴. 미세먼지 마셔서 정화하자! 2년전 개동이(가명)는 매우 잘생긴 강아지였다. 주물거리고 있었더니 주인아저씨가 어디선가 뿅하고 나타나 맘에들면 데려가라고 한 기억이 남. 많이 컸구나 개동이.. 걸음걸이가 당당하고 눕시패딩 입은 영감님

여행기에요 2019.01.04

이 투 마마 엄청 재밌잖아

이 투 마마는 영어로 and your mother too 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국말로 하면 니에미로마보고 찾아본 알폰소 쿠아론의 2001년작. 인생의 무게로 심란한 여주인공 루이자와 세상 무서울것 없는 십대소년 타노치,훌리오 이렇게 셋이 충동적으로 바다로 떠나고 싸우고 쓰리썸도 하고 뭐 그런 내용인데 너무 재밌었다. 보는 내내 끅끅하고 웃음트레일러를 뭔 아메리칸 파이처럼 만들어놨던데 웃기지만 코메디 영화는 전혀 아니고 진지한 로드무비임 그러나 일조량 풍부한 국가의 쾌활한 인물들이 주제의 무거움을 중화시켜줌 개인적으로는 여행 중 본 것들과 비슷한 장면들이 많이 나와서 감상하는 내내 즐거웠다. 촌동네 해변술집의 LED장식과 인적없는 해변 씬 등에선 냄새가 재생되는 느낌이었음그리고 이거 아무래도 감독 자기 ..

리뷰에요/영상 2018.12.31

크리스마스 트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노에노에족

파푸아 뉴기니 우림안에 거주하는 멜라네시아계 소수민족 노에노에 부족은 특이하게도 서양의 문화인 크리스마스와 연관이 깊다. 1912년 프랑스 선교사이자 탐험가인 로돌프 토마스와 그의 일행은 파푸아 뉴기니 우림을 탐사하던 중 식인풍습을 가지고 있던 코로코로족에게 생포당하고 만다. 코로코로 족의 족장이 그들이 소지한 물건에 흥미를 보이는 것을 눈치챈 로돌프는 인육신세를 면해보려는 생각에서 트렁크안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부족민들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마침 성탄절을 얼마 앞둔 시점이라 로돌프의 가족들이 고향에서 보내온 화려한 크리스마스 카드들이 트렁크 안에 있었고 부족민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그림과 코가 빛나는 사슴 루돌프, 하늘에서 떨어지는 차갑고 하얀 가루 등 크리스마스의 속성에 완전히 매료되고 만다. 물론..

생물이에요 2018.12.30

보고있으면 기분이 이상해지는 터너의 그림들을

Seascape 모아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이름도 Turner야 어떻게 초기작들에선 별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데 (화풍도 엄청 다름 이렇게 뭉개지지 않고 쨍함) 1840년 전후로 뭔 계시라도 받은것처럼 그림들이 엄청 멋있어진다.바로 밑의 스노우 스톰 같은 작품은 보는 순간 항문이 저절로 조여지면서 몸을 한 차례 떨게 될 정도 Snow Storm Norham Castle, Sunrise Landscape with a River and a Bay in the Distance Rain, Steam and Speed Yacht Approaching the Coast Calais Sands At Low Water Peace - Burial at Sea Sunset on the River Sun Setting ove..

리뷰에요/미술 2018.12.22

침팬지 콩고의 그림

평소 ADHD급으로 산만하던 3살 수컷 침프 콩고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만큼은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보여줌 급한 일이 생긴 실험자가 그림그리기를 중단시키자 심하게 짜증냄 역부채꼴 패턴을을 특히 즐겨그림 빨간색을 좋아하고 파란색을 가장 싫어하는 취향을 내비쳤으나 그것이 어떤 것이던지간에 새로운 색상에 가장 큰 흥미를 보임 직사각형이 그려진 종이를 주면 평소처럼 거칠게 그리지 않고 조심스레 사각형 안에 그림을 채워넣으려는 경향을 보임 22번째 테스트에서는 제어력에서 최고조의 대담성을 보임. 그 때쯤엔 단 하나라도 종이위에 우연히 그려넣는 표식이 없었음 콩고는 보상을 원하지 않았음. 그리는 행위 자체가 그에겐 보상이었기 때무넹 실험자들이 시험삼아 일부러 먹을것을 보상으로 주어봤더니 놀라운 결과가 이어졌는데 그..

리뷰에요/미술 2018.12.22

레진라이브 2018

연재한지 3년된 작가까지 초대해주는 레진 클라스.. 혜자롭군.. 15년 브이홀 파티 이후 처음 가본 레진라이브였는데 재밌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내가 뉴스를 잘 안봐서 속사정에 대해서는 이날 다 들었다 브이홀 파티땐 디제이 부스가 있었는데 부스 앞 80%가 공동으로 비어있고 백여명의 만화가들이 모두 뒷벽에 딱 달라붙어 앞으로 안나가려고 용을 쓰고 있는 모습이 아주 장관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이 회사가 만화인들에 대한 노하우가 쌓였는지 이번엔 스탠딩이 아닌 착석파티를 주최해주었다. 그것도 무려 메리어트 서울에서 설마 아는사람이 있으려나? 하고 슥 들어갔는데 다행히 동기인 대현이가 있었다 (대표작: 나도 만질거야) 대현이도 나처럼 밥을 먹으려고 왔다고 했다. 사회자 권혁수가 등장하여 ..

여행기에요 2018.12.21

유즈마이바디투킵유얼라이브

성적매력이 있고 착한데 자존감 낮으면서 우울한 여자들을 보면 왠지 자동적으로 개같은 남친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여자들은 놀랍게도 생활력마저 강한데 그래서 예전에는 이런 부류의 커플을 보면 여자쪽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은게 걍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는 관계더라고롭좀비 노래 중 도입부에 섹시한 여자 목소리로 use my body to keep you alive 하는거 있는데 모 그런거임 한 쪽은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는것을 확인받고 다른 한 쪽은 쓰임받기를 열망하는 상대의 요구사항을 들어줌과 동시에 실제적 이익을 취하는, 악어와 악어새와도 같은 잘 짜여진 공생관계였음

육아의 쾌락과 고통

우체국 차례를 기다리며 3살정도 되어보이는 딸과 갓난아기를 안고온 아기엄마 옆에 대각선 방향으로 앉았다. 아기띠 방향 때문에 아기얼굴이 내쪽으로 향하게 되어 좀 들여다봤는데 눈을 마주치자 이 인간이 갑자기 빵긋 웃는것이 아닌가? 새 인간이 웃는 모습은 초카와이 그 자체였다. 나는 아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인간의 말이 좀 통해야 좋아짐) 그 함박웃음에 완전히 무장해제되어 반사적으로 잼잼을 시전하고 말았다. 아기는 검게 칠한 나의 손톱에 특히 흥미를 느끼는듯 했고 웃을때마다 이빨이 하나도 없어서 젤리같은 잇몸만 보이는것이 인상적이었다. 암튼 우리는 소리없이 놀고있었는데 아기엄마가 뒤통수에 눈이 달렸는지 아니면 모자간에 신비한 텔레파시같은게 통하는지 ㅎㅎ 하더니 걔 웃어요? 하길래 네 애기가 잘 웃네요..

스콧 니어링 자서전

스콧 니어링 매카시즘이 미국을 휩쓸던 시기 반전을 외치는 바람에 이지메를 당한 빨갱이 학자 그가 쓴 자서전은 호스텔 거주시절 한국어로 쓰인 책이 너무 읽고 싶어서 국제배송 받은 책이다. 사실 걍 순수문학이 읽고 싶었는데 그런건 받자마자 읽어버릴거기때문에 야금야금 오래 읽을 수 있는것으로 골랐음 그리고 그땐 내가 한참 나태하게 살면서 대안적인 삶을 꿈꾸던 때라.. 책의 내용은 거의 기억이 안난다. 기억나는 거라곤 스콧니어링이 솔메이트이자 한참 연하의 마누라를 얻은 위너였다는 사실과 4시간 노동 4시간 자기개발 4시간 놀기 등 평생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가 되게 잘 죽었다는 점 정도 ( 100살 딱 채우고 일체의 의료적 생명연장을 거부한 뒤 곡기 끊고 멀쩡한 정신으로 죽음 ) 암튼 간만에 생각나서 위키백과 찾..

리뷰에요/도서 2018.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