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햄스터 백만마리

기하씨가 조카 어록 정리한걸 보내줌 조카한테 허락 안 받고 우리끼리 얘기해서 걍 올림 - 아빠 발에서 썩은 브로콜리 냄새난다고함. 자기는 식초 냄새 난다고함- 아빠 발 뒤꿈치가 깨졌다고함- 아빠가 나쁜 말, 나쁜 행동 하는건 아빠 잘못이 아니고 하느님이 아빠를 조종을 잘못해서 그런거라함. 그래서 새로운 하느님이 왔으면 좋겠다고함- 다리에 쥐가 나면 햄스터 백만마리가 지나가는 것 같다고 함- 우리는 진짜가 아니고 게임처럼 게임세상에 사는거고 누가 우리를 조종하고 있는 거라함- 외할아버지는 바삭한 부분 혼자 다 먹고, 외할머니는 생선냄새 나고, 이모(홍기하)는 온몸으로 자기를 자꾸 만져서 같이 안 자고 싶다함- 00(동생)이 발에서 피넛버터 냄새난다고 함- 아빠랑 외모를 바꾸자고 하니 아빠는 못생겼고, 얼굴..

2025.11.04

싫은 인간 덜 싫어지게 만드는 법 2025버전

싫은 인간을 떠올림그 인간이 침대에 누워 이불 뒤집어 쓰고 목만 내놓고 있는 장면을 상상함 그럼 덜 싫어짐 요즘은 이렇게까지 해야 될 만한 대상은 없지만.. 대비용 https://digthehole.com/2509 싫은새끼 덜 싫어지게 만드는 법싫은 새끼를 떠올림싫은새끼가 지구 어디 한구석탱이에서 숟가락으로 우적우적 밥처먹고 있는거 상상함 그럼 덜 싫어짐digthehole.com

2025.11.02

탑골공원 바둑 금지에 대한 단상

2000년대 초부터 후반까지 홍대 놀이터는 많은 이들의 아지트였다. 벤치 아래로 쥐가 질주하는 오른쪽 코너는 펑크족들 차지였고 중앙에선 아마추어 MC들이 둥글게 모여 랩을 했으며왼쪽의 가장 넓은 공간은 홍대를 방문하는 여러 사람들이 공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SNS나 카톡 등을 사용하지 않던 시기라 사람이 만나고 싶으면 놀이터나 가자, 하고 거기로 향하곤했다. 가면 아는 사람 한두명은 무조건 앉아 있었다. 반가운 사람일 때도 아 노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같은 장소에 얼굴을 아는 사람이 항상 나와 있었다는 거다.약속을 잡고 시간을 정해 만나는 만남과는 다르다. ' 내킬 때 ' 나가서 ' 그냥 ' 본다는 것이 이런 만남의 핵심이다. 시간을, 사람을 선택하는 수고를 들이지 ..

2025.09.19

곰루라기

지리산에 갈 거다. 곰이 두렵다. 호루라기를 샀다.방울이 더 효과적일 거 같긴 하지만 티타늄 호루라기가 갖고 싶었다. 2박3일 동안 짤랑거리는 방울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고 십여년 전 반달곰 복원하시는 전직 사냥꾼의 숙소에 묵었었는데지리산이 곰 살기에 꽤 좋았는지 지금은 개체수를 좀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곰의 습격을 받은 뒤 흐려져 가는 눈으로 ' 그 때 그 숙소가 복선이었어... ' 중얼거리는 장면을 떠올리다 지리산에서 곰 만나 죽을 정도면 그건 그냥 죽을 팔자라는 생각을 했다. 알레스카에서 불곰이 무스를 먹는 장면을 봤다는 분의 이야기도 떠오르는데고기가 크니까 다는 못 먹고, 매일 같은 장소로 와서 무스를 조금씩 파먹었다고 한다. 무스가 점점 작아지는 딱 그만큼 불곰이 살쪄가는 모습이 귀여웠다고...

2025.09.16

논바이너리와 MBTI

그래서 그 논바이너리랑 트랜스에 대한 의견 사람들 앞에서 말할 수 있어요?음 미국에선 못 말할 거 같은데. 린치당할 거 같아요ㅋㅋㅋ아 근데 내가 최근에 영상을 하나 봤어. 9gag 갔다가.. 그 무슨 대학 강의실에 되게 전형적인 블레이저입고 턱수염 난 안경 백인남자가 강의하러 온 상황이고제목이 뭐 선생에게 침을 뱉기 위해 트랜스 학생이 마스크를 벗는다? 이런 포스트였거든요 아무튼 백인남자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막 뱃살 튀어나오고 피어싱 하고 검은 옷 입은 FTM 트젠이 괴성을 질러,그리고 그 뒤로 막 또 까만 옷 입은 퀴어친구들이 팔짱 끼고 병풍해주고 있고.. 나 그런 거 예전에 펑크 씬에서 많이 봤는데..아무튼 걔네들 표정 다 완전 자기 지금 영웅이야. 영웅적 행위를 하는 중이야. 근데 솔직히 너무 다..

2025.08.27

온라인으로 산 팬티

가 너무 크다. M으로 주문했는데 코끼리용이 왔음컴플레인 하려고 기존의 M사이즈 팬티와 비교샷을 찍어 내 카톡으로 보냈는데 몇초 뒤 어쩐지 등골이 서늘해지길래 톡창을 체크하니잘못 보냈다. 그것도 57명의 진지한 구수련생이 이용중인 명상 단톡방에그룹시팅 출첵 투표용으로 만든 방이고 사담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방이다호스트 분이 코스를 가실 때마다 내가 투표를 대신 올리고 있는 방이기도 하다. 거기에 입던 팬티 사진을 올린 것이다.떨리는 손으로 재빨리 삭제하기를 눌렀으나 가차없이 카운트다운되는 말풍선 옆 숫자들순간 숨이 거칠어지면서 아니 사람이 살면서 실수할 수도 있지 뭘 그렇게 동요하는 거야 아직도 아상에 대한 집착이 크구나라는 머릿 속의 목소리가 뒤따라왔는데 그것조차도 일종의 집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2025.08.25

이동의 즐거움 이즐

주말저녁에 미니 스프린터를 끌고 나갔다. 좀 익숙해졌으니 멀리까지 나가본다.작은 천을 따라가니 큰 천이 나오고 큰 천을 따라가니 한강이 나오길래이렇게 바다까지 갈 수는 없나 싶어서 지선생한테 물어보니1. 가장 쉽고 빠른 루트 – 아라뱃길 끝까지 코스: 여의도 → 행주대교 → 아라한강 자전거길 → 아라서해갑문 거리: 약 45~50km (편도) 특징: 바다와 만나는 수문이 있어, 서해 수평선을 살짝 볼 수 있음. 하지만 해변은 아님. 그렇군요 하지만 밤이니 패스. 잠수교까지만 달려본다. 나가는 느낌이 전기 자전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웬만한 MTB는 추월킹능 따릉이 다 비켜 차도에서 우웅우웅 타고 내려오는 엔진소리를 박자삼아 규칙적으로 페달을 밟는다.앞으로 나가는 것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즐거울까 싶다.가만보..

2025.08.18

여행자가 되는 것은 아이가 되는 것과 같다

식당 옆자리 아기가 보내오는 시선을 좋아한다아무런 판단 없이 나를 스캔하는 투명한 눈빛 앞에 마음의 무장은 해제되어 버린다일본에는 몇살 이전의 아이는 인간보다 신에 가깝다는 말이 있다는데 그 눈을 들여다보고 있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장소가 우리를 순간적으로 그런 아이와 같은 상태로 돌려놓기 때문이다통제와 판단의 스위치를 잠시 꺼두고 있는 그대로를 느끼는 현존의 상태그러나 여행자가 되기 위해 여행을 꼭 떠나야 할 필요는 없다마음의 파도가 잠잠할 때 무심코 지나치던 풍경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곤 한다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지하철, 산을 오르는 노인의 주머니에서 흘러나오는 트롯트 가락에도 고유함이 존재한다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