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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식당 기사도

간만에 기사식당에 갔다. 1인이라 연탄불백은 안된다길래 판불백을 시킴난 기사식당을 좋아함. 기사식당은 한식계의 맥도날드임살아남은 곳이라면 어딜 들어가도 평타는 쳐서 입 베릴 일이 없음아무튼 판불백을 시켰고 여기는 첫 도전이라 어리버리하고 있었음밥을 안 주길래 두리번 거리다 뒤에 밥솥 보고 셀프인가 하고 일어나려 하니 친구와 소주 마시던 옆자리 아저씨가 ' 밥 쫌 있음 와.. ' 하길래 도로 앉음그러고 좀 있더니 불백이 익는 동안 이래이래 저어야 된다고 손으로 알려주시길래 아 네 하고 시키는대로 저었음근데 약간 불편했음. 초저녁부터 소주 마시고 있는 아저씨가 내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는게 좀..근데 또 아저씨가 점잖으시고 개저씨 느낌은 아니라 불편함 30% 호기심 70% 심정으로 콩자반을 집어먹고 ..

2024.07.19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스물세살 호주에서 돌아와 경기 모처에 거주할 때 있었던 일이다.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마포 경찰서 수사과라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폭행사건에 연루되셨다며 출두해 달라길래 나는 당연히 보이스피싱인줄 알았지그래서 몬 소리셔요 아저씨 하니까 유진정씨 어깨에 이러이러한 문신이 있지 않냐는 것임있어요 하니까 그거 뭔 조직의 표시같은 거 아니냐길래 내가 휴학 중이긴 하지만 일단은 학생이라고 대답함알고보니 호주 가기 전 펑크씬에서 만난 모 양이 어떤 여자를 패버렸고 맞은 여자가 고소를 했는데진술하면서 그 자리에 나도 있었다고 한 것이었음. 그러면서 이제 형사한테 유진정이는 이렇게 생겼다 설명한 것아무튼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고 절대 마포경찰서까지 가고 싶지 않았음. 왜냐면 머니까그래서 안 가겠다고 하니 ..

2024.06.25

이런데 나오지 말고~

일요일 전시장은 한가해서 좋다. 에리히 프롬 책을 읽고 있는데 머리가 노란 여자분이 슥 들어와 급히 책을 찾는다. 싸인해 드릴까요 하고 매직을 드는데 어쩐지 처음 보는 얼굴이 아닌 거 같기도 한데 누군지는 또 모르겠고아 한 권은 켄타로 에게 라고 써주세요. 켄타로? 이렉션즈 멤버? 아 네 다음 달에 일본가는데 켄타로가 다른거 필요없고 이것 좀 꼭 사다 달라고 했어요. 켄타로 그 머리 이렇게 이렇게 된 사람 맞나?? 아 네그러다 알게 된 것은.. 일단 18년 전으로 돌아가서.홍대 놀이터에서 죽치고 앉아있는데 웬 초등학생이 나타났다. 당시 밤의 놀이터엔 장애인, 외국인, 사기꾼, 막걸리 아저씨, 리코더 부는 굿바디 언니 등 여러 부류의 인간들이 상주했지만 초등학생은 처음이었다. 공연장 놀이터 등 펑크족들 나..

2024.06.17

공지사항

음..  2024.06.05 19:38 신고                        블로그 찐팬이라 열심히 찾아갔는데 옹기종기 모여계셔서 인사도 드리기 민망했네요 ㅎ 뭔가 어떻게 오신거까진 아니더라도 인사 정도는 했으면 한마디라도 했을텐데.... 좀 그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유진정님도 낯가림이 심하신가 보네요 여기 글 보면 활발 하실줄... 뭔가 소통의 갤러리일줄 알았는데...  --  이 답글 보고 기억난 건데 이제 전시하니까 인스타를 다시 깔았단 말임쓰레든지 뭐시긴지 트위터 같은 기능이 추가되었더라고 그리고 첫화면에 뭔 글이 떠서 강제 일독 했는데 자기가 전시를 보러갔는데 작가가 자기한테 관심을 전혀 안 보였고 다른 사람들이랑만 이야기 중이었다는 거야 그래서 빡쳐서 언팔했고 앞으로 그 작가건 안보겠..

2024.06.05

1호선 같은 인간극장이 없다

어제 1호선을 타고 좀 멀리 갔어노량진 쯤에서 보라색 방수 돗자리가 담긴 구루마를 끌고 7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노인이 등장했어UFC 선수들 처럼 등장과 동시에 방송이 나오더라고  ' 이동상인의 차량 판매 활동의 근절과.. 철도안전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안내음과 동시에 노인이' 다목적 방수 돗자리 찢어지지 않습니다! 파란색 보라색 두 가지 색 단돈 오천원에 모시겠습니다! '를 외쳤기 때문에 두 목소리의 경합이 이루어졌지노인은 셔츠를 빳빳하게 다려입었고 허리에는 디스크 복대를 차고 있었어  페이즐리 패턴 셔츠 주머니에 두둑하게 꽂힌 현금이 그의 짬바를 증명하는 듯 했지 영업은 연출이잖아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걸 누가 사 라고 나는 생각했고 그가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좌석 끝에서 끝까지 ..

2024.04.29

버리지 못해 잃어버리는

90년대 패션에 관한 웹게시물을 보다가 문득 충격을 받은 적이 있음곱게 꾸미고 역전 벤치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정면을 향하고 있는 것임아무 것도 안하고 멍을 때리고 있는 것임!  고개를 폰에 처박고 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것임! 사람들이 멍때릴 시간이 없어졌다는 것은 곧 사유의 죽음이라는 뜻으로 다가왔고공포는 나에게 액션을 취하게 했다. 일단 인스타그램을 삭제함이게 작년 초여름의 일인데 인스타 열달 정도 안 쓰니까 짱좋음 (메시지는 pc로 확인)물론 팔 거 생기면 다시 할 거지만 사적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을듯  이 뒤로 순간에 몰입은 '순간' 이 존재하고 '나'가 사라지는 거지만소유에는 '나' 가 들어가는 거라 감상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듯요소유하려는 시도가 반대로 진..

2024.04.24

명상원에서의 10일은 번개처럼 지나갔다

침묵하는 동안 한심한 농담부터 꽤 진지한 내용까지 여러가지 단상들이 쌓였는데 나는 끊임없이 뭔가를 머릿 속으로 적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필요한 버릇이지만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게 만드는 주원인이기도 하다. 글 쓰는 사람들 정신병 걸리는 이유도 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왔는데 (만화가들 황당한 사고로 잘 죽는 이유도) 동시에 작문은 미치지 않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블로그는 뇌 전용 클라우드이다. 여기에라도 좀 옮겨놓아야 내가 살지 아무튼 코스에 대해서는 정리해서 다시 적어야겠고, 어제오늘 있었던 일이나 기록해 봐야겠다. 12일만에 폰을 켜니 이00님 부친상 문자가 와있었다. 모르는 이름이었는데 위에 온 메시지들을 보니 3년전 중고거래를 했던 사람이다. 라는 나의 문자 아래로 라는, 오타 ..

2024.04.22

매지컬 데이

입춘은 애저녁에 지났지만 공식적인 봄의 시작은 어제였던 거 같다. 휴일도 아닌데 동네 사람들이 밖에 많이 나와 있었다. 나무가 많은 동네라 노랑 분홍 연두색 가루를 뿌려 놓은 거 같은 모습이고 구름이 낮은 흐린 날은 얇은 솜 이불을 덮은 듯 포근함마저 더해준다. 다양한 모습의 개들이 주인과 함께 산책 중이고 그 중 몇몇은 썩 잘 어울리는 옷까지 입고 있다. 허리를 조이는 남색 코트를 걸치고 있던 그레이 하운드에게 베스트 드레서 상을 주겠다. 옷발은 역시 말라야 산다. 하지만 벌거벗고 있는 통통한 갈색푸들도 정말 귀엽다. 굴곡이라곤 전혀 없는 평평한 등허리를 햄처럼 한 입 베어물고 싶어진다. 몇년 동안 외벽으로 감추어져 있던 거대한 건물이 준공의 위용을 뽐낸다. 흰 고래같은 건물에서 검은 얼굴의 인부들이 ..

2024.04.04

봄은 광기의 계절

요즘 내 표정난 가벼운 경조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음진단은 필요에 의해 형식적으로 받았던 것이라 약은 안먹고 버림경조증이랑의 사이는 나쁘지 않음 별 일 없어도 대체로 잔잔하게 신나있으니까 개꿀이라고 생각함대우울 시대에 나 같은 인간도 좀 있어줘야 균형이 맞지물론 여기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던 시절엔 은밀하게 사고도 좀 치긴 했지만이제 무서운게 많아져가지고 조증 도지면 걍 믹서기 분해해서 세척하고 그런 거 함봄이랑 흐린 날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 봄에다 비까지 계속 와가지고 쭉 하이텐션임이럴 때면 생각과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계속해서 움직이며 충동적이 되는데그 결과  정수리에 빵구뚫림발단 : 잠자리에 들기 전 목 스트레칭기로 스트레칭을 함다 하고 도어스토퍼에 스트레칭기 밴드를 한 번 걸어 봤..

2024.03.29

우주로 보내버리고 싶은 노래 :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음악은 조심해서 들어야 한다.  인간의 너무 원초적인 곳을 건드리고 정서에 깊숙히 관여하기 때문이다.  그 맥락에서 요즘은 음악을 신중히 듣고 있는데 WE ARE THE WORLD만큼은 반복해서 듣는다. 일단 너무 좋고.. 노래가 사람을 일시적으로나마 친사회적으로 만드는듯 아무튼 그래서 이 곡의 메이킹 필름이 다큐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기뻤는데 이렇게 흥미롭고 감동적인 과정까지 있었을 줄은 특히 기획을 후닥닥, 녹음은 하룻밤 만에 해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상당한 충격을 받음 당연히 이런 미친 캐스팅에 갓띵곡이면 철저한 기획과 무수한 연습이 동반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질질 끈다고 꼭 좋은 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벼락같이 떠오른 영감으로 작곡한 노래가 띵곡일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점..

2024.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