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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에 집중하지 말고

문제의 해결에 집중하라. 라는 말을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데 야심찬 기업가가 자기계발서에 적었을 법한 말이기도 하고.. 아무튼오늘은 운동이 가기 싫었다. 개춥고 자전거 타야되는데 어제 타보니까 넘 추웠고 감기와 명절로 오래 쉬었고 체육관은 점점 한산해지는 거 같은데 이번 달에 그만 둘거라는 말을 하기 껄끄럽기 때문그래서 저 문장이 갑자기 떠올랐다. 춥다고 망설이지 말고 그냥 옷을 껴입자. 운동갈까말까 번뇌에 시달리지 말고 그냥 집 밖으로 나가자그래서 왕창 껴입고 다녀왔고 땀흘리고 돌아오니 기분이 괜찮다. 삶이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가는 기분저번 그룹시팅 때 도반 분이 집에서 하는 일일명상 하기 엄청 싫을 때는 그냥, 그냥 해버려야 된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것도 비슷한 맥락이군 해야되는데 하기싫은 마음이 들면..

의식의 세계 2025.01.08

T와 H랑 집에서 놀다가 사진을 찍었는데 T의 얼굴이 뼈와 가죽뿐인 뻣뻣한 시체처럼 나왔고 그가 사진을 지우려고 하길래 좀 실랑이를 벌였다그러던 중 거실 쪽에서 공책만한 크기의 소년이 빈 활을 가지고 걸어들어와 화살이 없어서 쏠 수가 없다는 한탄을 하길래 T가 가지고 있는 비싼 피규어에서 화살을 뽑아 소년에게 던졌다소년이 힘차게 활시위를 당겼고 그걸 보고 있던 T가 과녁을 조금 밀어서 화살이 정중앙에 꽂힐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곧 배경이 바뀌어 Q가 장사를 하던 공간이 나왔는데 O에 X를 섞어서 파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아니 애초에 O라는 거 자체가 없는 거라고. 그냥 없는 거 있는 척 하면서 팔고 있는거야, 라는 이야기를 되게 씁쓸한 표정으로 했다 그러다 기차랑 기차 사이 세면대가 있는 칸으로 배경이 바..

분류불가 2025.01.05

혼잣말

거실에 앉아서 생각을 했다. 혼잣말이 나왔다. 이왕 할 거 각잡고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앞에 사람이 앉아 있다고 상상하면서 길게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침대에 누워서 영어로 되풀이했다. 건조하고 목적지향적이라 더 쌓기 좋은 블럭 같다고 느껴진다. 떠나보내고 싶기 때문에 말한다. 그러나 공중에 흩어진 말이 다시 나에게로 먼지처럼 들러붙는다.

2025.01.02

감기의 교훈

주말쯤 감기에 걸린 거 같다토일월 각 한 번씩 기침하는 사람들 옆에 앉아 있었다. 한번은 모임 한번은 전철 한번은 도서관도서관에 있던 분을 제외하면 다들 마스크도 안 쓰고 사정없이 비말을 흩뿌리길래 속으로 몰상식한 인간이라고 욕했던 게 기억난다. 그런데 여기서 웃기는 게 뭐냐면 나도 주머니 속에 k94마스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발시발거릴 시간에 그냥 후다닥 마스크 썼으면 됐잖아화라는 게 이렇다. 최선의 방침이 있는데도 거기까지 생각이 못 가게 만든다. 두번째 화살만 졸리 맞았네..

의식의 세계 2024.12.27

삶은 흔들리는 마을버스와도 같아서

붙잡을 게 없으면 쓰러지고 만다.지난 주말엔 결혼식을 그 전 주에는 장례식에 다녀왔다.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무거웠고 가족들의 표정은 침통했다. 결혼식장의 분위기는 들떠 있었고 신랑신부의 눈이 행복으로 반짝거렸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 부부가 아기를 둘 데려왔다. 각각 두살 반, 한살 쯤 되었던 거 같다. 큰 딸이 말을 너무 잘 하고 심지어 사회적인 제스처까지 보여주는 것이 놀라웠다. 별 이유도 없이 갑자기 껴안아 주길래 감동을 받았고 두 팔로 붙잡은 위치가 너무 낮은게 기분이 묘했다.  부부는 볼이 홀쭉해지고 눈빛이 깊어졌다. 한 살짜리의 얼굴을 앞으로 하고, 등을 자기 가슴에 대고 안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쭉 앞으로 빼서 뺨에 뽀뽀를 쪽쪽쪽 때려박은 순간이 있었는데 불시의 습..

2024.12.25

AI 모델들 되게 기분나쁘네

요즘 전철광고 모델들이  AI이미지로 슬금슬금 대체되고 있던데 볼때마다 ㅈㄴ불쾌해짐 자연스러움이라는게 참 귀한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됨          https://digthehole.com/2415 성형에 대한 생각나의 딸래미가 성형수술을 시켜달라고한다면 다리몽뎅이를 분질러 놓을 것이다성형이라는 단어를 접했을때 직관적으로 파바박 떠오르는 단상이다. 이성의 영역을 활용하여 몇자 더 적어보도digthehole.com

분류불가 2024.12.18

불교는 트롤리 딜레마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feat. 보험사 CEO 암살사건)

레버를 당겨서 한 사람을 죽이고 다섯을 살리느냐  VS  다섯을 죽이되 내 손을 피를 묻히지 않느냐,영원한 웹의 떡밥 트롤리 딜레마다.상황을 좀 더 불편하게 바꾸어 보자..    다섯 사람이 철길에 묶여있고 트램이 돌진 중이다. 당신이 육교 위에 서 있는 뚱뚱한 남자를 떠민다면 남자가 떨어져 죽지만 그의 거구가 트램을 멈출 수 있다. 뚱남을 떠밀겠는가? 하버드에서 트롤리 딜레마를 연구하는 조슈아 그린 교수 팀의 조사에 따르면 첫번째 질문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레버를 당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번째 질문에서는 많은 이들이 뚱뚱한 남자를 밀지 않겠다고 답했다.그러나 망설임 없이 뚱남을 밀겠다고 답한 두 그룹이 있었다. 경제학자와 (임상적 진단을 받은 바 있는) 사이코패스들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집단 또한..

의식의 세계 2024.12.13